영화로 추운 막바지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만인의 축제
초안작성하고 시간이 꽤나 지나서 편집하고 발행하는 거라 시간적 이질감이 느껴지겠지만...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그래도 담고 싶었다. 이것을 참고해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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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부터 22일까지 총 10일 동안 베를린이 Berlinale 2026 (이하 베를린영화제)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도 작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관련 한 수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베를린영화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많은 영화를 집중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봤기 때문에 (게다가 자비로...ㅎㅎ) 체력과 감정적 소모가 은근히 장난이 아니지만, 영화제가 주는 기쁨과 자극은 너무 좋다.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게 픽션영화를 많이 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총 6편을 보았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Shahrbanoo Sadat의 "No Good Men" (2026, Afghanistan)을 시작으로,
Edwin의 블랙 코미디 호러인 "Monster Pabrik Rambut (Sleep No More)" (2026, Indonesia),
유재인의 졸업작이자 부산비엔날레의 출품작이기도 한 "지우러 가는 길 (En Route To)" (2025, South Korea),
Kai Stänicke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Der Heimatlose (Trial of Hein)" (2026, Deutschland),
원래 화가였던 四宮義俊 (Yoshitoshi Shinomiya)의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데뷔작인 "花緑青が明ける日に (A New Dawn)" (2025, Japan, France),
그리고 영화제작 아티스트그룹 The Critics Company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인 "Crocodile" (2026, Newzeeland, Nigeria)
의도적으로 다양한 소재와 배경을 많이 접하기 위해 영화를 선택하였고
덕분에 영화제 내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고뇌에 빠지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한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그중에서 가장 생각나는 영화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본 "No Good Men"과 마지막에 본 "Crocodile"이다.
"No Good Men"은 마지막에 남은 여운이 너무 깊어서 나도 모르게 운 작품이다.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의 한 뉴스 보도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카메라우먼인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성으로서의 금기시되었던 커리어에 대한 야망과 가족에 대한 헌신과 종교적 배경으로 인한 억압이 정면충돌을 하지만 유머와 공감을 일으키는 장면과 연출을 통해 처참한 현실을 넘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하나같이 아프가니스탄엔 좋은 남자들이 없다 (No good men in Afghanistan)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남녀 간의 로맨스를 넘어 진정한 사랑과 이해, 존중을 통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있고 언젠간 그런 순간이 올 것이다라고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Crocodile"은 나이지리아의 악어도시라고 불리는 카두나라는 도시에서 영화제작에 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소년들이 모여 The Critics Company라는 아티스트그룹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들은 형제자매와 친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Sci-Fi 영화가 거의 없던 나이지리아에 핸드폰과 무료소프트웨어로 공상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유튜브에 그들의 영화를 업로드하였는 데, 소재와 퀄리티로 인해 입소문을 타 장비적인 후원을 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퀄리티도 좋아짐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소재가 확장됨으로 인해 아카데미영화제에도 초청을 받기도 하고 프랑푸프트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도 열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들의 여정과 여정을 담은 영화인데, 나도 그 이후 그들의 인스타와 유튜브를 구독하였을 만큼 더 많은 팬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 아티스트그룹에 대해 나중에 따로 좀 더 자세히 포스트 하려고 한다.
베를린영화제의 좋은 점은 다양한 장르와 나라에서 온 영화들을 일반인들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를 통한 그 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이지만 사실 직접적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 관객들은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지만 영화라는 매체와 서사 덕분에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으로 연결이 가능케 한다. 동시에 영화 끝에 찾아오는 영화감독, 배우 또는 관계자와의 소통의 시간은 내가 영화를 통해 경험한 것을 영화를 본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영화 속 사건과 인물들을 연결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베를린영화제는 하나의 축제이자 담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확실히 하는 것 같다.
물론, 이번 베를린영화제가 선택한 입장은 아쉬움이 많이 따른다. 편파적인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며 세계 곳곳의 정치적 이슈를 조망하는 것으로 유명한 베를린영화제가 가자지구와 관련해 갑자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굉장히 아쉬운 일이다. 중동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어떤 것이 맞고 틀렸는지 알 수 없게 될 정도로 복잡해진 것은 이해하나, 나도 나름 그곳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좀 더 알고 인류적인 관점에서 다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런 소극적 입장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있는 데, 과연!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베를린영화제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텐데 게다가 정부가 예술관련된 비용을 급격히 줄인 마당에 그래도 영화제 예산을 확보하고자 뒤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때 뭔가 오간 게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
그래도 뼈시리게 춥고 날씨가 축축한 2월의 베를린에 이러한 축제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마지막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