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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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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junwon Aug 02. 2020

휴직을 고민하다.

우울증은 아닌것 같다. 어느순간 갑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항상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시동이 꺼진채 내리막을 내려가는 기분으로 억지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러자 회사에서 하던 모든일에 의미가 없어보였다. 의미가 없으니 열심히 할 필요도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별개로 고민해보기로 한다)


휴직을 고민하였고 와이프의 동의도 구했다. 하지만 아직도 휴직을 하겠다. 가 아닌 고민하는 상태인 이유는 단순히 우유부단함 때문일까. 고민의 원인을 정리해 본다.


1. 가장의 무게감

번아웃일지도 모르는 상태를 느끼면서 이직을 고민하였지 휴직을 고민하진 않았다. 주변의 휴직하는 동료들에 대해서 '여유가 있는 사람' 정도로 치부했지 그들의 고민을 진짜 공감하지는 못했다. 휴직을 공감하지 못하는 배경은 여유롭지 못했던 가정환경 탓일 것이다. 옛날 어른들이 그렇듯이 아버지도 평생을 쉼없이 일하셨고 부족할때면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을 하셨다. 그런 부모님을 보며 자란 나에게 '일을 쉰다' 라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자체가 아니었다. 일하지 않는 아빠에 대한 거부감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부담이다.


2. 회피가 아닐까

새로 맡은 업무에 대한 생소함. 몇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오는 업무의 과중함. 대기업 업무 프로세스 특유의 압박감. 맡은일은 다 잘해야한다는 부담감. 수석(차장)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책임감. 일 이외에도 위아래 양쪽에서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인정욕구. 

불편한 감정들이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느끼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특별한 상황에서의 감정은 아니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비슷한 감정들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 왜 나는 이겨내지 못했을까에 대한 자책감이 든다. 지금 내가 휴직을 하려는 마음은 쉬어감.이 아니라 이 상황을 피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회복을 위함인지 회피를 위함인지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3. 휴직의 결과물

휴직의 끝은 복직이다. 3개월이든 1년이든 내가 지금 불편한 감정들을 느끼며 일하는 그곳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때에도 회사는 지금과 같을 것이다. 변함이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내가 변해야 한다. 돌아가서 잘 버틸 수 있도록 내가 성장해야한다. 강해져야한다. 나는 그냥 퍼져서 쉬는게 아니라 쉬는동안 의미있게 쉬어야 한다.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쉼을 가져야한다. 무언가를 깨달아야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얻어야하지 시간을 허투로 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복직해서 내 휴직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나의 휴직은 아주 적절했으며 귀한 시간이었으며 권장해볼만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압박감들이 강하게 있다. 

과연 그렇게 보내야 잘하는 것일까. 그냥 쉼은 쉼 자체로 있으면 안되는 것인가.


휴직에 관한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 정리하기 위하여 글로 내렸다. 내려보니 어쩌면 1번은 가족들이 나를 보는 시선 2,3번은 동료들이 나를 보는 시선 들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휴직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온전히 나를 위한 고민이 없다. 

회사생활을 하면 A부터 Z까지 대응논리가 필요하다. 논리를 준비하는 회사생활이 몸에 베인 나는 어쩌면 내 휴직의 정당함에 대하여 남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필요없는 고민이 아니었나싶다.



(익숙하지 않지만) 나. 나만을 기준으로 생각하자. 휴직. 안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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