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서버 위에서 사는 법
인생에 Ctrl+Z(실행 취소) 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기왕이면 '롤백(Rollback)'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작업하다 문제가 생기면 버튼 하나로 깔끔하게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그 기능 말이다.
그러면 나는 주저 없이 2014년의 어느 여름밤으로 돌아가, 감성에 젖어 SNS에 썼던 그 글을 찢어버릴 것이다. 혹은 지난번 연말 모임 자리에서 분위기 띄우겠답시고 던졌던 썰렁한 농담을 삭제하고, 입을 꾹 다문 채 우아하게 고기나 굽는 쪽을 택할 것이다.
웹을 만들 때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저장을 한다. 코드를 짜다가 꼬이면, 꼬이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실수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니터 밖의 현실은 다르다.
현실의 나는 매일 자잘한 버그를 낸다. 말실수를 하고, 엉뚱한 선택을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밤마다 이불을 차며 "아,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지만, 인생이라는 서버는 무심하게도 이전 버전으로 복구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미 상대방에게 전송된 말이며,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다.
내 인생은 혼자 연습하는 공간이 아니라,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그대로 노출되는 라이브 서버다. 여기서 억지로 과거를 지우려 했다간 오히려 시스템 전체가 꼬여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우기를 포기하고 패치를 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도 다 완벽해서 출시되는 게 아니다. 버그가 발견되면 곧바로 수정본을 내놓고 버전을 올린다. v1.0에서 에러가 났다면, 그걸 지우는 게 아니라 수정 사항을 덧붙여 v1.0.1을 만드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실수는 삭제되지 않는다. 기록에 남는다. 하지만 그 실수 위에 "아, 이건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렇게 고칠게"라는 새로운 행동을 덧씌울 수는 있다. 마이너스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다음 행동을 하나 더 얹는 쪽이 현실적이다.
생각해보면 성장이란 것도 결국 버전 업데이트의 과정이다. 상처 줬던 말 뒤에 진심 어린 사과를 덧붙여 관계를 업데이트하고, 실패한 프로젝트 뒤에 배운 점을 기록해 내 역량을 다음 버전으로 올리는 것.
내 인생의 버전 관리 기록을 열어본다면 아마 엉망진창일 것이다. [심각한 오류 발생] -> [급하게 수정함] -> [수정하다 또 망함] -> [진짜 최종_수정] 남들이 보기엔 깔끔하게 정돈된 v2.0의 모습일지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실패와 롤백하고 싶었던 순간들의 기록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하지만 그 지저분한 기록들이야말로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고쳐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다만, 더 나은 다음 버전을 내놓을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