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그리고 다시 집으로

낯선 도시를 떠나는 방법

by 그냥 하윤

# 작은 컵에 담긴 첫인상


나폴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장 알아봐 둔 카페로 향했다. 실내는 빠르게 커피를 마시고 나가는 에스프레소 바였고, 실외에는 간단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토요일 정오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찾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무심한 듯 놓인 화분들 사이로 조용한 카페를 발견했다.


여행 중 마시는 첫 커피는 어쩐지 그 도시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내게는 하나의 인사이자, 작은 예고편 같은 것이다. 주말이면 사람으로 가득 차는 한국의 인기 카페들을 떠올리면, 이곳의 한가로운 풍경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커피 향과 햇살, 바람이 여유롭게 섞여 흘렀다.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작은 컵에 담긴 커피는 크리미한 우유 거품 위로 코코아 파우더가 살짝 뿌려져 있었다. 그 아래엔 진한 에스프레소가 자리하고 있었고, 커피잔에서는 이탈리아 특유의 볶은 향이 피어올랐다. 한국에서는 주로 대용량의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지만,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은 이처럼 작고 짧은 커피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나폴리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작고 진한 맛으로 시작되었다.


함께 주문한 디저트는 작고 예쁜 딸기 타르트였다. 야생 딸기가 듬뿍 올라간 그 타르트는 격식 없는 외양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고, 가을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모습이 어쩐지 정겨워 보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과일의 산미와 버터 향이 첫 커피의 여운을 부드럽게 이어줬다.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따뜻했다. 야외 테이블 위로 내려앉는 햇살이 마치 담요처럼 포근했다. 테이블 주변에서는 조용한 대화가 오가고, 멀리서는 스쿠터가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이 섞여 나폴리만의 배경음을 완성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이 나폴리에 도착했다는 것을 가장 실감하게 만드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커피, 햇살, 바람, 사람들.. 모든 것이 찰나의 감각으로 다가왔다.


이 안에 담긴 건 커피가 아니라 나폴리의 공기 같았다.





# 후기보다 현실이 더 조용한 도시


카페를 나와서 천천히 바다 쪽으로 향했다. 나폴리만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시야 너머로 베수비오 화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아래로는 유난히 맑고 짙은 푸른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 풍경에 홀린 듯 발걸음을 늦추었다. 방금 전까지의 일상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제 막 도착한 도시의 공기와 색감에 몸이 천천히 적응해 가는 기분이었다.


바람은 생각보다 거셌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바다는 쉬지 않고 바람을 밀어 올렸고, 그 바람은 얼굴을 강하게 스치며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시원한 공기와 함께 나폴리의 감각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감성샷을 건지려 했던 나의 야심은.. 순식간에 나폴리 해풍에 눌려버렸다.


길을 걷다 보니 길가에 놓인 작은 기념품 매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따로 간판이 있는 가게도 아니고, 그저 노천에 테이블 하나를 펼쳐놓은 조촐한 규모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꽤 다양한 기념품들이 알차게 진열되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마그넷, 나폴리 항구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 작고 귀여운 세라믹 장식들, 그리고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니 동상까지 있었다.


매대와 상인 아저씨.
매대에서 만난 풀치넬라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여행 중 들르는 모든 도시마다 마그넷을 하나씩 사 모으는 습관이 있어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여행의 기록을 간직하는 내 방식 중 하나였고, 냉장고 문 한켠에 붙여두면 그 도시의 색감과 공기가 다시금 떠오르곤 하니까.


사실 나폴리에서는 기념품 가게를 찾기 힘들 줄 알고 살레르노에서 미리 살까 고민도 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할 만큼 쉽게 발견할 줄은 몰랐다. 가격도 저렴하고, 선택지도 많아서 꽤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로마행 기차 안에서 펼쳐 본 이날의 작은 전리품들.


결국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념품을 득템 하는 데 성공했다. 여행 막바지에 이런 뿌듯한 결산이라니. 마무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만족이었다.


햇살이 건물 벽을 타고 흐르던 나폴리의 낮.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폴리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던 때가 떠오른다. 검색창에 ‘나폴리’를 치기만 해도 따라붙는 건 늘 똑같았다. 소매치기, 치안 불안, 무질서. 마치 도시 전체가 위험한 함정처럼 묘사된 글들 속에서 나는 괜히 괴담을 곱씹듯 그 후기들을 여러 번 읽었고,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긴장된 채로 이 도시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막상 직접 마주한 나폴리는 그런 인상과는 사뭇 달랐다. 거리는 생각보다 한적했고, 사람들은 바쁘기도 했지만 여유롭기도 했다. 바다와 햇살, 특유의 밝은 색감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남부 도시의 풍경이었다. 뭐랄까, 이곳은 나를 위협하기보다 그냥 자기 리듬대로 살아가는 곳처럼 보였다.


오히려 나는 로마에서 더 거친 경험을 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잡상인들이 따라붙어 강매를 시도했고, 밤늦게 골목을 지나갈 때면 숱한 캣콜링이 들려왔다. 심지어 자신이 CEO라며 명함을 내밀더니,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과 함께 “I wanna marry you”라는 명대사를 남긴 뚱땡이 미국인 아저씨도 있었다. (그 대사는 이상하리만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아직도 기억난다.)


뜬금없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패턴은 다 비슷한 것 같았다. 여하튼, 일일이 나열하진 않겠지만 로마에서 불쾌한 경험이 더 많았던 건 확실하다.


두 건물 사이, 잠시 멈춰 선 오후의 색감


그러고 보면 여행지에 대한 인상이라는 건 글 몇 줄로 정의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누군가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일부일 뿐, 내가 실제로 보고 듣고 겪기 전까지는 진짜가 아니다. 결국은 내가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의 삶의 수많은 순간들이 그러하듯.





# 마르게리따, 그리고 1인 1피자는 거짓말이다


이탈리아 남부에서의 마지막 저녁. 나는 나폴리에서의 작별 인사를 피자로 하기로 했다.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브랜디(BRANDI).


이곳은 나폴리 3대 피자집이라는 수식어로 블로그와 가이드북을 점령한 곳인데, 솔직히 말해 ‘3대’니 ‘원조’니 하는 표현은 서열 매기기에 진심인 한국인들이 지어낸 것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중요한 건 누가 지어냈든, 거기에 얽힌 이야기와 맛이니까.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천천히 시작된 나폴리의 마지막 식사.


브랜디는 단순한 맛집 그 이상이었다. 마르게리따 피자의 원조로 불리며, 무려 1780년부터 운영된 가게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도 나왔던 곳이라, 왠지 모르게 엔딩컷을 장식하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폴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곳에서 마르게리따를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하겠다는 건 내 작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였다. 나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했다. 바질, 토마토, 모짜렐라— 이탈리아 국기의 세 가지 색이 피자 한 판에 담긴 구성.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혼자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근심도 잠시, 곧 커다란 피자 한 판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이탈리아 국기의 색을 품은 한 판의 마르게리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3분의 1쯤 먹고 항복했다. 나머지는 조용히 포장 요청을 했다.

언젠가 어떤 여행 예능에서 ‘이탈리아에서는 1인 1 피자가 기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건 분명 허구다. 아니면 그들이 진짜 위장을 두 개쯤 가진 종족이든가. (이 자리를 빌려, 미래의 나 혹은 솔직하지 못한 예능을 믿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이탈리아 피자는 크다.)


식당을 가득 채운 말소리 위로 기타 선율이 천천히 올라왔다.
이날도 어김 없이 "where are you from?" 질문을 들었다.


식사를 하고 있던 중, 통기타를 멘 아저씨 한 명이 조용히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자리들을 천천히 훑어보던 그는 한편에 서서 기타를 연주하며 짧은 노래 몇 곡을 불렀다. 익숙한 풍경인 듯, 몇몇 테이블에서는 노래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팁을 건넸고, 나도 지갑을 열어 남아 있던 동전을 건넸다. 마치 이 도시와 이 밤에게 작은 인사를 보내듯이.


그렇게 나폴리의 마지막 저녁은, 짭짤한 치즈와 토마토 향, 그리고 기타 소리가 섞인 채로 천천히 저물어갔다.


피자는 남았고, 여운은 담아서 포장했다.




# 다시 로마로, 그리고 집으로


아침 일찍 이딸로(Italo)를 타고 로마로 돌아왔다. 다섯 밤을 다른 도시에서 보내고 다시 도착한 로마는,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익숙했다. 도착한 시간은 정오. 비행기까지는 아직 두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로마에서 처음 머물렀던 B&B를 찾았다. 피렌체로 떠나기 전, 그 숙소에 큰 캐리어를 맡겨두었기 때문이다. 장거리 이동이 많아질 여행을 고려해, 기내 캐리어 하나만 들고 다니기로 했었다. 덕분에 포지타노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살레르노의 역에서 갈아탈 때도 조금은 수월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24인치의 노란색 캐리어가 마치 변함없는 친구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짐이 무사하다는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출발할 때부터 그랬듯, 이 여행은 끝까지 조금은 과분한 친절들과 함께였다.


여행 내내 무사히 짐을 보관해 준 호스트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아저씨는 공항까지 어떻게 갈 거냐고 물었다. 나는 테르미니 역에서 공항 리무진을 탈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이 아는 픽업 차량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VIP가 된 기분이었다.


약 30분쯤 기다리자, 숙소 앞에 고급스러운 검은색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또 벤츠였다.

마지막까지도 럭셔리한 마무리다.


2017년 10월, 내가 마지막으로 본 로마


픽업 차량에 올라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향했다. 창밖에는 로마의 거리와 건물, 이질적이고 아름다웠던 이 도시의 마지막 인상이 스쳐 지나갔다. 떠나기 직전의 풍경은 언제나 가장 선명하게 기억되는 법이다.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며칠을 되짚어봤다.


라디오에서는 ABBA의 'Gimme! Gimme! Gimm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맘마미아'의 그 유명한 넘버. 그리고 그 뮤지컬의 배경은 이탈리아. 지금 내가 이 노래를 듣고 있는 곳도, 여전히 이탈리아. 묘하게… 아니, 꽤나 절묘하게 어울렸다.


그렇게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천천히,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다음 여행을 위한 시작


탑승 전 한 잔, 여행의 끝을 달콤하게 마무리한다.


버스가 아닌 차를 탄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한참 이른 시간. 보딩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나는 공항 한쪽에 자리를 잡아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던 중,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여행 동안 찍은 사진들을 하나둘 넘기다 보니, 그제야 이 모든 순간이 정말 끝났다는 실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화면 속엔 여전히 햇살이 찬란했고, 바다는 푸르렀다. 웃고 있는 나, 감탄하는 나,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나. 그 모든 장면이 어딘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아, 이게 진짜 끝이구나.'


면세 구역에 들어오니, 정말 돌아갈 일만 남았다는 실감.


사진을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났다. 며칠 전 아울렛에서 받은 택스 리펀. 그리고 덩달아 떠오른 또 하나ㅡ 지갑.

내가 쓰던 지갑은 낡아도 너무 낡았던 것이다. 여행 내내 마음 한켠에 걸려 있었던 그 사실이, 공항이라는 묘한 텐션 속에서 갑자기 명료해졌다.


그래서 슬쩍 면세점을 둘러봤다. 사실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결국 그 돈으로 지갑을 하나 샀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에 와서 명품 3종 세트를 사 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거 원, 쇼핑 여행이 아니었는데?


택스 리펀으로 포장된 소비의 결실.


이 글을 쓰다 보니, 사회생활 3년 차였던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명품이 갖고 싶었을까. 그게 어른의 상징처럼 보여서였을까? 지금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오히려 가벼운 패브릭 백을 더 자주 든다.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언젠가 너는 에코백만 들고 다니게 될 거라고.)


어쩌면, 이탈리아 여행은 나에게 물욕의 절정기와 함께한 기억이 될지도.

그래도 그때의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으니, 괜찮다. 그 모든 시절은 나를 통과해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까.


이제 모스크바로 향한다. 안녕 로마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비행기에 올라 창가 자리에 앉자, 서서히 이륙을 준비하는 기체의 진동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창밖에는 여전히 로마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활주로 너머로 흘러가는 빛과 그림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이제 또 모스크바를 거쳐 인천, 그리고 다시 서울로. 긴 비행이 될 것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닫힌 눈꺼풀 위로, 이탈리아에서의 장면들이 필름처럼 되감기기 시작했다. 로마의 광활한 유적지, 피렌체의 종탑 위에서 마주한 풍경, 아말피 해안에서 불어오던 햇살과 짠내 섞인 바람. 포지타노의 깊고 푸른 밤, 그리고 카프리에서 마주한 쪽빛 바다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오래된 꿈처럼, 동시에 아주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바라본 로마의 하늘.


그렇게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을 마음속에 새긴 채, 비행기는 서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이곳에 올 날이 있을까?

언젠가 또, 새로운 이유로 돌아오게 되겠지.


그렇게 끝이 아닌, 다음 여행을 위한 시작을 남기며— 나는 마지막 20대의 버킷 리스트 하나를, 그렇게 채웠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또 하나의 시작





Epilogue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20대의 감각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이제는 30대의 일상과 리듬에 더 익숙해진 지금. 오래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시 떠올리며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봤다.


바티칸의 웅장함에 압도되던 순간, 로마의 낡은 골목을 걸으며 발밑의 시간들을 밟았던 날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의 숨결을 가까이 느꼈던 오후, 그리고 남부 해안에서 햇살과 바다의 여유를 만끽했던 그날까지.. 시간이 흘렀지만 그 모든 풍경이 아직도 마음속 어딘가에 살아 있다.


기억이 흐릿할 줄 알았지만, 막상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니 그것들은 놀라울 만큼 선명했다. 어떤 장면은 어제 일처럼 생생했고, 어떤 장면은 이 글을 쓰며 처음 다시 꺼내보는 듯했다. 그 조각들이 하나둘 모여 어느새 나를 다시 그곳으로 데려갔다. 이렇게 오래된 여행을 다시 꺼내어 기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작은 여행 같았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여행의 일부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또 다른 기억을 꺼내어, 또 다른 여행기를 남길 날이 오겠지. 그땐 또 어떤 계절, 어떤 나라, 어떤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언젠가 다가올 그 미래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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