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 광남일보 2020_01_09(금)_19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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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능보다 다양한 범주에서 널리 인용되며 많은 분야에 관여한다. 오늘날 주목받는 문화의 기능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사회의 재생산이며 이는 일종의 지속가능성과 연계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화는 어떤 사회의 생활양식이며 상징체계라고 한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를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고 이는 그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가 반영하고 있는 사회의 질서와 규범, 가치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문화는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는 자연(Nature)의 반대개념으로도 사용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그가 태어날 때 주어진 환경이지만 문화는 그 이후에 생성된 인간 의지의 산물로서 인위적으로 제공되는 일종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로 오늘날 “문화환경(文化環境)”이라는 용어의 중요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도시가 발전하고 우리의 삶의 모습이 변화하는 요인에는 우리의 주위를 형성하는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도 기인한다. 세계적인 문화도시들은 시민들의 문화적 충족감을 위하여 공연장, 극장, 박물관, 미술관 등을 건립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문화공간들의 기능은 도시의 주체가 되는 시민들에게 그 사회의 비전과 미래를 공유하는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그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선도하는 목적을 공유한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모든 도시는 우수한 문화환경을 위하여 그 자신들의 지역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기조에 맞추어 문화공간을 건립하는 목적이 이러한 맥락과 함께한다. 한편으로 문화가 지니는 자생적 특성상 그 사회가 지니는 문화적 토대는 모든 문화사업의 기본이 되며 미래의 문화적 환경을 발전시켜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책을 끌어가는 시스템은 그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도시가 지니는 문화적 자산을 파악하여 문화적 특성으로 정의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문화에는 하나의 씨앗이 그에 어울리는 토양을 만났을 때 번성하고 향후에 보다 풍요로운 생성을 담보한다는 기본적인 공식이 적용된다.
예향 광주는 과거로부터 현대에까지 문화가 융성하였고 오늘날에도 문화는 지역사회의 정체성에 기본이 되는 국가가 인정하는 “문화도시”이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환경을 보면 다소 아쉬운 상황이 공감된다. 첫 번째는 저조한 문화소비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을 방문하면 한가로운 전시장과 공연장을 경험하게 된다.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되는 수준 높은 전시를 보아도 그토록 넓은 전시장에 관람객이 없으며, 여타의 미술관에도 주말을 제외하면 관람객 수요는 매우 저조하다. 공연예술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이미 여타의 다른 대도시에 비교하여 지역공연장의 저조한 예매율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대형기획사들이 광주방문을 꺼려하고 있다. 이러한 난항은 지역의 공연예술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잃게 하며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현실로 이어진다. 이는 콘텐츠의 수준만을 탓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여 지역의 문화소비를 높이는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도움이 요구되는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자연환경은 주어진 요건으로 개선의 어려움이 있으나 문화환경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의하여 변화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문화환경은 하드웨어를 이루는 문화기관 등의 수량과 건축물의 외형적 형태에만 국한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그 사회가 인식하며 공감하고 참여하는 문화 소비의 수치와도 관계한다. 문화판의 생산자로서 예술인들은 온갖 생활고와 다양한 어려움에도 작업을 지속하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결국 그 사회의 문화생산지수는 소멸하게 될 것이다. 문화판의 발전에 직접적 요인이 되는 일종의 투자를 설명하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에서의 투자, 직접적으로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예술가의 생산자로서 투자, 끝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 문화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로서의 투자가 존재한다. 중요한 관점은 이러한 3개 분야의 투자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한다면 그리고 진정 주변의 예술인들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2020년 새해부터는 시민사회에서 우리 스스로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는 아름다운 문화환경을 솔선수범하여야 할 것이다.
사진이미지 : 1.국립아시아문화전당 2.파리 부르델미술관 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4.파리 룩상부르그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