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 광남일보 2019 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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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 1. 루이뷔통미술관 2. 루이뷔통미술관 3. 올세이미술관 4. 올세이미술관 5. 팔레도쿄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Art Party 대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국회의원 한분이 목포의 원도심에 다양한 방법으로 건물을 구입하여 투기를 조장하였다는 언론보도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은 목포를 사랑하는 충심에서 “도시재생”의 의미 있는 가치와 모든 시민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출하는 원대한 꿈의 자기희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마치 스포츠중계처럼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와 현장의 이슈들이 전달되며 그곳의 실상을 조금씩 인식하는 상황이다. 며칠 전에는 특정 정당의 당대표와 국회의원들이 때로 몰려가 현장을 진단하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진실은 당사자만이 아는 내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드러날 것이다.
언론보도의 공통된 팩트는 한때 번성하고 사람들이 넘쳐나며 활기 넘치던 도심이 특정시기 이후부터 버림받은 오늘날의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의 일반적인 장소라는 것이다. 이곳은 주간에도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밤에는 죽은 공간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장소이다. 이러한 도시슬럼화 현상은 목포만의 특징은 아니며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의 문제점이다. 우리고장 광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거 명성을 날리던 계림동, 중흥동, 산수동, 양동, 월산동, 광천동 등 이루 셀 수 없는 많은 지역이 시민들이 떠나는 버려지는 장소로 변모하였다. 남아있는 사람은 경제적 능력과 다양한 개인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마을을 지키는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이러한 마을의 공통적인 새로운 상황은 영혼 없는 행정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도시계발 업자들의 얄팍한 천민자본주의 발상의 경제논리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아파트건설이다. 우리고장 문화도시 광주는 이미 전국1위에 빛나는 아파트 거주율과 인구감소 현상, 사회노령화 현상의 난제들이 산재 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또 다른 버림받는 마을이 생겨나며 이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의 수단으로 도시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사회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신중하게 요구되는 현실이다.
과거 유럽의 전형적인 도시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도시의 중심부에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장소에 초대형의 성당을 건축한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적 기능의 건축물들이 주변에 포진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종교의 힘과 가치로서 도시에 안정감을 주며 종교로부터 권력을 인정받은 국가는 시민을 통치하는 다양한 기관들을 또 다른 중심부에 자리 잡아 도시를 경영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와 현대화를 거치며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기존의 성당을 건축하던 공간에 문화시설을 배치하는 민주적이며 문화적인 상황으로 전이된 것이다. 박물관, 미술관, 극장, 공연장들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문화적 거점으로 활용되어 시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유럽의 대표적 문화도시들은 도시의 문화적 인프라구축과 정체성 강화의 방법으로 도시발전을 추진하며 이는 철저한 인본주의적 발상에 근거한다. 도시재생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진화하는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재건(reconstruction)의 의미로, 60년대 활성화(revitalization), 70년대 재정비(renewal), 80년대 재개발(redevelopment) 이후에는 90년대 재생(regeneration)으로 그 개념이 전이되었다. 이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여 기존의 역사,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도시재생의 성공여부는 물리적 발전을 초월하는 문화정체성의 가치공유에 있다. 이를 위하여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기본은 무분별한 건설과 확장이 아닌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연구하는 사전 리서치작업이다. 이후에는 시민사회와의 공유와 미래 비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도시를 정확히 알고 그 도시의 문화적 특성이 발현되는 창의적 도시발전이 현대의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사랑받으며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가 공유되는 인문학의 도시가 우리고장 광주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