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그저 약일뿐

다시 시작

by Yuni

대략 5개월 만이다. 우울증으로 인한 두려움이었는지 귀찮음을 핑계로 또다시 어둠 속에 숨어버리고 싶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마음을 비워낼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했기에 무작정 노트북을 켰다.


‘약, 네 까짓 거 내가 이겨보지 뭐!’ 스스로의 의지로 우울증 약을 이겨보고 싶었다. 너무도 막연했지만 다시 병원을 가고 싶진 않았다. 의사의 질문은 매번 비슷했다. “요즘 생활은 어떤가요? 잠은 잘 자나요? 운동은 하나요? 기분은 어떤가요?” 이러한 질문들이 나에겐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었다. “선생님. 저는 잠도 잘 자고 운동도 작년 10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럴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과연 이만큼 어리석은 환자가 나 말고 또 있을까.


지인의 끈질긴 제안으로 몇 달 동안 가지 않았던 독서모임을 가게 되었다. 그중 어떤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늘 항상 아이들에게 행복한지, 또는 즐거운지 물어봐요. “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엄마의 마음이 이토록 불안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행복 게이지가 가득 찰 리 없잖아?’ 그러고는 한 가지 질문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즐거웠던 적이 언제였을까? 무엇을 할 때였을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글을 통해 내 마음을 비워내고 아이들도 함께 글을 쓰던 5개월 전, 바로 그때였다.


의사의 질문이 무의미했던 이유는 내가 어리석은 환자인 이유와 동일했다.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병원을 가게 된다면 의사를 통해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이미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약은 단순히 나 자신을 안심시켜 줄 수단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 글을 다시 쓰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고, 다시금 멈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마음을 토닥인다. ’네 스스로를 믿느라 고생했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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