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세요. 두 손 꼭 잡고.

"넌 강한 사람이야. 겁먹지 마."

by Yuni

그녀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이라는 명목하에 그녀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 끝이 보이는 지금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용기를 다 끌어모아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용기에 보탬에 되고자 하기 싫은 말들을 내뱉고 말았다. 진심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속 정리가 우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다 할 말 없이 그저 그녀 곁에 머무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이젠 결정의 순간을 앞두고 있다. 그녀 또한 그것을 너무 잘 알기에 긴장과 걱정 속에 사는 듯 보였다. 기분은 제 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고 그녀는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막으려는 듯 여러 이유에 기대어 자기 합리화 중이었다. 가만히 곁을 지키고 있었던 시간들이 지나 이제는 그녀의 용기에 내 것까지 보태어줄 때가 된 듯하여 조심스레 말했다. "그건 그냥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안 만들려고 지금 모든 걸 끌어안고 가겠다는 거나 똑같은 거야. 눈 크게 뜨고 정확하게 현실을 봐." 가족만큼이나 그녀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겪어보지 않은 현실이 다가오는 게 너무 무서워. 겁이 나.' 나 조차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감정에 더욱더 확실히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아는 지인들은 똑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끌어안고 가겠다는 거야?" 나는 감히 그 질문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말하는 이유가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한 개라도 존재한다면 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할 테니까. 되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사실 나는 왜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모든 걸 다 끌어안고 갈 건지가 궁금해.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나.. 자신이 없어."


나는 그녀를 설득하기보다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랐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나 조차도 용기를 내 그녀에게 말했다. "물론 네가 겪고 있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면 정말 좋겠어. 근데 최소한 더 힘들어질 선택은 안 했으면 해. 그게 내가 바라는 딱 하나야. " 정말이지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 어느 쪽이 되었건 그녀 옆에 서겠다고 다짐했고 그 약속은 여전히 변함없다. 하지만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스스로를 그만 희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것 하나였다.


올해 초만 해도 정말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낼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란 듯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갔고 끝도 없이 높게만 보였던 산을 몇 번이나 넘은 듯 잘 이겨나갔던 그녀였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그녀를 가득 채우는 동안 스스로를 아직도 모르는 듯 그녀는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장담하건대 너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야. 지난 1년이란 시간이 그걸 증명해 줬잖아. 겁먹지 마. 뭐가 됐건 할 수 있어."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위로였을까, 아님 진심을 가득 담은 쓴소리였을까? 나 자신에게 물었더니 스스로가 내린 답은 하나였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이면 좋겠다. 그래서 그녀의 얼굴에 편안함이 천천히 스며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녀 스스로도 지켜보는 나도 욕심 따위 전혀 없는 최소한의 바람만 가지고 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생소한 상황을 맞는 기분은 오죽할까? 무서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을 그 작은 손을 쓴소리라는 이름으로 꼭 잡아주었다. 더 이상 주춤할 시간이 없는 그녀가 현명한 선택을 위해 좀 더 용기를 내주길 기다린다. 단 한 명일지라도 너의 선택에 함께 할 사람이 옆에 있다고 그녀가 알아주길 기다린다. 그래서 좀 더 단단해진 그녀가 한 걸음 앞서 나가길 기다린다. 그녀를 뒤따르는 평온함과 함께 기다린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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