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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유니 Oct 15. 2024

프롤로그 - 엄마의 된장국이 아닌 아빠의 김볶

유니야,


너의 엄마와 아빠는 대학 시절부터 긴 연애를 했고, 그 후 신혼여행으로 장기 해외여행을 다녀왔단다. 그런데 그 여행이 무척 경제적이었지! 왜냐하면 머무는 나라마다 그 도시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해 먹었거든.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는 요리 실력을 점점 쌓아갔고, 자연스럽게 입맛에 딱 맞는 요리법을 터득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덕분에 결혼 초반,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절약을 했고, 부부 사이도 한층 돈독해졌단다.


엄마와 아빠의 요리 취향이 조금 다른 것도 참 재미있어. 아마 알고 있겠지만 엄마는 화학조미료인 MSG를 쓰지 않고, 항상 천연 재료를 고집해. 반면, 아빠는 음식이 맛있어지기만 한다면, MSG든 뭐든 아낌없이 넣는 타입이지. 소금도 마찬가지야. 아빠는 늘 맛소금을 쓰려고 하고, 엄마는 꼭 천일염을 꺼내 오셔. 그래서 너의 이유식이나 우리가 함께 먹었던 음식도 엄마가 항상 신경을 많이 썼어. 건강을 위해 재료를 하나하나 선별해서 고르고, 너를 위해서는 한우도 아낌없이 사용했지. 네가 아마 우리 집에서 한우를 가장 많이 먹었을 거야.


사실, 아빠가 요리를 잘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요리를 엄마와 아빠가 거의 50대 50으로 나눠서 한단다. 엄마도 요리를 누구보다 잘하시지만, 아빠도 요리하는 걸 즐기거든. 심지어 몇몇 요리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잘하는 것도 있단다. 앞으로 소개할 요리법들은 엄마 아빠가 함께했던 추억을 담고 있으니, 너도 이 레시피들을 보며 음식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기억나니? 네가 어렸을 때는 밥을 참 안 먹어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빠는 심지어 ‘안밥’이라는 카페에 가입해서 공부를 했을 정도야. 너는 엄청난 밥투정 대장이었지. 엄마도 너에게 밥을 먹이느라 참 힘들어했단다. 아빠도 너 재우고 나서 소맥 한 잔씩 말아먹으며 마음을 달랬어. 정말이지, 너한테 밥을 먹인다는 것은 길고도 험난했단다!


아무튼, 이제 아빠가 자랑하는 요리들을 하나씩 알려줄게. 걱정 마, 전부 다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들이야. 네가 이 요리들을 해보면서, 아빠의 음식이 그리울 때, 엄마 아빠가 차려줬던 그 맛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네 입맛에 맞게 너만의 변형 레시피도 만들어보고, 언젠가 네 동반자와 아이들에게도 이 요리를 해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네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어쩌면 세상의 무게에 눌려 힘들 때가 있을지도 몰라. 그럴 때 아빠의 이 레시피를 보고, 잠시라도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란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작은 행복을 갖고,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아빠는 인생에서 대박 같은 큰 일은 없었지만,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모으며 살아왔단다. 모든 순간이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너도 그런 행복한 순간들을 찾아가길 바래.


엄마와 아빠의 청춘, 그 사랑이 만들어낸 가장 소중한 존재, 유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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