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영어 공부 - 유학이 코앞 삐뽀삐뽀

야 나두 영어 할 수 있어!

by 윤이나
하루 3 문장 영어 표현 외우기
매일 좋아하는 영화 반복 청취


유학을 앞두고 남편의 영어 공부에 대한 글을 적은 적이 있다. 무무는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나는 생활을 해야 한다. 내 영어 실력도 걱정이다.

회화 실력 '자신감'만큼은 신입생 때가 최고였다. 주입식 영어라도 6년 동안 배운 게 있었고,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한 것도 큰 도움이었다.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많았으며 가끔 시내에서 외국 관광객들을 만날 때면 '말을 걸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기롭게 제2전공으로 '영어'를 선택했다. 한 학기 수업을 듣고 열심히 하는 것과 원래 잘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외국에 특화된 학교라 스쳐가는 학생들 대부분은 영어 실력이 출중했다. 고민 끝에 '일본어'로 부전공을 바꿨다. 일본어 수업도 만만치 않았지만 외국에 살다 온 사람이 영어 수업보다는 없었다. 노력하면 그만큼 점수가 나왔다.


이렇게 나는 영영... 영어와 멀어졌다. 취업을 위한 토익 시험만 줄곧 봤을 뿐 말하기 능력은 아마 조카 서후가 월등할 것이다. 여행할 때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도 의문사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머릿속에서 'What, Where, Which, How, Why' 의문사들이 떠다니다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영단어를 말해야 할 때도 일본어 단어만 떠올랐다. 여행 일본어는 그래도 괜찮은데 영어는 그만큼도 안 나왔다. 퇴보한 영어 실력이 사는 데 전혀 문제없었지만 내년에는 환경이 바뀐다. 영어권 국가로의 1년 살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편은 지금도 대학원에서 영어로 수업을 듣고 있다. 반면 나는 아무런 자극이 없다. 아쉬운 사람이 판다는 우물을 나의 '영어 우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점수를 취득하기 위한 영어 말고, 말하기 위한 생존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영어공부 비법이 절실했지만 애초에 그런 요령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영어 교사인 사촌에게, 전공이 영어인 친구에게 물어봐도 많이 듣고, 계속 듣고, 외워질 정도로 듣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사촌오빠는 농장에서 당근을 따면서 하루 종일 영화를 들었다고 했다. MP3에 있었던 영화가 <러브 액츄얼리> 딱 하나였는데 일하는 여덟 시간 내내 영화를 들으면 하루에 3번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주말에는 영화를 정주행 하며 영어 자막을 통해 어려운 표현들을 익혔다고 했다. 그 시간들이 매일 쌓이다 보니 몇 달 뒤에는 주인공의 대사를 줄줄 읊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가끔 꺼내 보는 인생 영화 몇 개를 떠올렸다. 그렇게 정한 영화가 <어바웃 타임>과 <미 비포 유>다. 특히 <미 비포 유>는 내 인생 영화로 사랑스러움의 극치 에밀리아 클라크와 귀족적이고 훈훈한 샘 클라플린이 등장한다. 영국의 멋진 배경, 주인공들의 브리티쉬 악센트를 듣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에 안락사를 택하는 남자 주인공의 선택이 아쉽긴 하지만 슬픔을 슬프게 묘사하지 않아 영화가 생각날 때면 다시 보곤 한다. <어바웃 타임>은 가장 흥행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학습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러브 액츄얼리>와 영화 <인턴>도 후보에 넣어 두었다. 운 좋게 인터넷에서 <어바웃 타임>과 <인턴>은 대본집을 구매할 수 있었고, 다른 두 영화는 좋아하는 영화들이라 취향껏 넣어보았다. 시작은 대본이 있는 영화부터 하는 편이 수월할 것 같아 3월부터 <어바웃 타임>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방축천을 걸을 때, 금강변에서 자전거 탈 때, 괴화산을 오르거나 호수공원에서 맨발 걷기 할 때에 영화를 듣는다. 신기하게 반복할수록 처음보다는 확실히 잘 들리는 게 느껴졌다. 주말에 대본집으로 공부하기로 한 건 아직 펼쳐보지 못했지만 미래의 내가 언젠간 하겠지. 지금은 그저 마음 편히 영화만 듣는다. 자꾸 원래 하던 습관대로 운동할 때 라디오나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기도 하지만, 따로 시간 내서 공부하는 것보다 이렇게 틈틈이 들어두는 게 부담이 없었다.

요즘은 유튜브나 어플, 챗 지피티를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유튜브에서 영어회화 잘하는 법에 대해 찾아보면서 '하루 3 문장 영어표현을 외우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영어 회화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운다고 생각하고 하루 세 문장씩 공부해 보라는 것이었다. 3 문장 외우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외운 것을 많이 잊어버려도 입에 붙는 몇 개의 표현은 남을 거라 괜찮을 것 같았다.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눈에 잘 들어오는 영어 책을 구입했다. 쓰면서 외울 수 있는 <매일 1장 영어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이었다. 난이도 별로 책을 구입해 세 장씩 읽고 쓰며 습득 중이다.

사실 초반에는 매일 루틴처럼 하다가 지금은 생각날 때 드문드문 하기는 한데, 곧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전심을 다할 것이다.



어제 쓴 브런치북의 영향인지 잠자리에 누운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인생에서 못 이루고 죽었을 때 후회될 것 같은 것들 있어요?"

남편은 '세계여행, 외국어, 재테크, 악기'라고 말했다.

일찍 아프고 난 후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땐 '수학여행 가서 장기자랑 못 한 것',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는데, 삶을 다 살고 진짜 죽기 전에 후회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니 맥락이 달라졌다.

'세계여행, 영어, 책 내기, 복근 만들기...'

미처 못 이룬 채로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나는 이런 것들에 한이 남을 것 같다.

우리 두 사람의 인생 사전에 '외국어'가 공통분모인 것은 분명하다. 영어를 해야 우리 부부 위시 리스트 1순위인 '세계여행'도 수월 할 것이다. 이만하면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그러니 많이 듣고, 꾸준히 외워서 영어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자신감을 끌어올리자.

I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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