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뛰쳐나와 얻은 경험
진로 선택을 위한 방황과 고민
어느 곳에 소속되어 부속품처럼 일을 하기보다는 나만의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해외로 공부를 하러 떠나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다양한 일을 하며 대기업 때와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사회를 경험한 청년이 있다. 여전히 다양한 꿈을 상상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다. 불안하고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걷고 있는 경험을 공유한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서대문구에 살고 있고, 지금은 과외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 지금 하는 일은 어떻게 되세요?
A : 지금은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과 영어 과외를 하고 있어요. 과외는 재능기부로 시작했는데, 다행히 좋은 기회가 되어서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Q : 하는 일은 언제부터 하게 되셨나요?
A : 시청에서 계약직으로 일 할 때 부업으로 과외를 시작했었어요. 그러다가 지금처럼 일자리가 불안정하게 되면 과외랑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지금은 두 가지 일이 주업이 되었죠.
Q : 시청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셨나요?
A : 제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무작정 돈을 벌었어요. 다시 외국에 있는 학교로 가려고 했는데 다시 몸이 안 좋아져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공부하던 쪽이 매스컴 분야인데, 경제, 시사, 예술 같은 분야를 공부했어요. 운이 좋게 시청에 일자리가 있어서 취업하게 됐고요.
Q : 한국에서 공부하던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려고 하지 않으셨나요?
A : 한국에 돌아와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PD 시험도 준비하고 쳐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준비만 해서 PD가 되더라고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했어요. 경쟁이 너무 치열했고요.
Q : 그 외에 다른 활동이나 준비를 하신 게 있을까요?
A : 모두 다 공기업 가고 싶고, 대기업 가고 싶어 하잖아요.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어서 다들 노력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많이 노력했어요. 그래서 대기업 들어가고, 공부도 더 잘하고 싶고, 좋은 학력을 갖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서른이 되면서 대기업과 공기업 같은 직장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기업에 취업이 되었지만 저에게는 맞지 않았어요.
Q : 대기업으로 취업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A : 고등학교 마치자마자 19살 때부터 취업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예고로 진학하고 홍대를 진학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큰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진로를 크게 바꾸게 됐어요. 그래서 대기업에 꼭 들어가야지 생각하면서 지냈고, 들어가서는 적당히 일을 하고 결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자는 생각이 컸어요.
Q : 어떤 점이 맞지 않다고 느끼셨나요?
A : 제 욕심일 수도 있는데, 대기업에서는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고 느껴졌어요. 마치 성처럼 말이에요. 교육시스템도 그렇고 제휴 회사들도 많은 그런 것들이요. 그런데 저는 세상에 대해서 제 것을 만들고 이루고 싶었어요. 큰 성에서 하나의 부속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어도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때는 제가 사회를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런 고민들이 있었어요.
Q : 대기업을 퇴사하고, 유학을 다녀오신 후에 시청에서 근무를 하셨고, 현재는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병행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A : 맞아요. 거의 투잡(Two Job) 인생이었어요. 제가 계속 대기업 안에만 있었으면 세상이 이렇게 힘들다는 걸 몰랐을 것 같아요. 제가 도전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고, ‘그런 게 있어?’라고 말하고 다녔을 것 같아요.
Q : 포기하거나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을까요?
A : 일을 하다 보니까 ‘난 안 되나 보다’ 싶은 때가 오더라고요. 그런 순간에는 사람이 나태해지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먹은 순간 의욕도 없고 번 아웃이 오더라고요. 내가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을까? 그걸 모르겠으니까 불안해지더라고요.
Q : 힘든 순간에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요?
A :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었어요. 해외에서 공부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을 때 사람들과 연고도 끊기고 잘 곳도 없고 했었거든요. 어느 날 돈을 쓰려고 보는데 분명 잔액이 없어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교회 집사님께서 100만 원을 보내주신 거예요. 저희 아버지도 아닌데 힘을 내라고 선물을 보내주신 것 같았어요. 주변에서 제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도 계셨고요. 그러면서 사람들의 힘에 의지해서 버티고 위기를 모면했던 것 같아요.
Q : 일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험이 있으세요?
A : 면접 보러 갔을 때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대한민국은 외모 지상주의가 맞는구나 싶었어요. 외모를 이유로 제가 둔하게 보이니까 못 마땅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살 좀 빼고 오세요, 살 빼고 오세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엄청 무례하다고 느꼈어요.
Q : 삶에서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나요?
A : 사실 진짜 가난하거든요. 정말 가난한데, 지금 불안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 감정이 저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 평온한 상태를 느끼는 제 감정이 오히려 앞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 불안하게 만들어요. 분명 앞으로 전망도 깜깜하고 미래도 없고 힘든데 지금까지 하도 그렇게 살아서 무뎌진 것 같아요. 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아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느낌이에요.
Q : 일자리가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A : 일자리는 어디서든 자기 자신을 떳떳하게 하고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내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자리는 계속해서 바뀌어도, 내가 꿈꾸는 꿈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 이런 것들이 저를 더 떳떳하게 만들고 싶고,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만들고 싶고, 나를 더 자유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Q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실까요?
A : 예전에는 사회적 경제 기업을 설립하고 싶어서 만들어보려고 했었어요. 노숙인 자활을 도울 수 있는 작은 저만의 공간을 만들거나 저만의 브런치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꼭 한국에서 일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어서 해외로 나가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