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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더라면

불안정한 현재와 막막한 미래

이번 인터뷰 참여자의 주인공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분이었다.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되는 정중한 말투와 평온한 표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일 경험은 사뭇 달랐다. 차분히 일을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고, 현장에서의 막노동은 때때로 감정적 버거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는 말에 울컥하게 되는 인터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잘 이겨내고 또 요양보호사라는 진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분이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39살 청년입니다. 


Q :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일인가요?

A :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 목욕을 해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침상에서 옮겨서 목욕을 해드리고 다시 침상으로 옮기는 일이에요. 하루에 2시간씩 단기 근무로 일 하고 있습니다. 


Q :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 제가 예전부터 불안정한 일을 오래 했어요. 몸을 쓰는 일을 주로 했었거든요. 아르바이트나 인테리어 업체에서 막노동을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시민단체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서 일을 시작했었죠. 그런데 제가 회계나 행정 업무에 미숙했는데, 그런 일을 맡게 되다 보니까 잘 안됐어요. 그래서 해고 형태인데 직접적으로 얘기는 못하시면서 그 일자리는 그만두게 됐어요. 그리고 이전에도 했던 요양보호 일과 가구 옮기는 막노동을 병행하게 됐어요.


Q : 요양보호사 쪽 일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A : 구직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일이었어요. 가족 중에서도 요양보호사와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분이 계셔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요. 그리고 사회복지 쪽 일이 제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 가지 일을 전전하다 보니까 이제는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정확하게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예요. 지금 하는 일은 요양보호 관련 아르바이트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Q : 요양 보호 일을 하면서 얻는 소득은 얼마나 되나요?

A : 하루에 2시간씩 일하고, 시급은 1만 1천 원이에요. 그리고 평일 5일 일하니까 대충 12만 원 정도 돼요. 


Q : 생활비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금액 같아요.

A : 그렇죠. 그래서 현실적으로 너무 빠듯한 금액이니까 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분들이 일거리를 소개해주면 가구를 옮기는 일이나 설치하는 일을 해서 부수입을 마련하고 그걸로 생활하고 있어요. 요양보호 일과 부업까지 하면 그래도 7-80만 원 정도는 벌어요. 많을 때는 100만 원까지 벌고요. 


Q : 여러 가지 일자리를 전전하셨던 것 같은데, 이유나 계기가 있으세요?

A : 어릴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러면서 방황을 좀 했던 것 같아요. 불안정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정서적인 부분까지 관리를 해주지 않으니까 방황을 더 오래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군대를 전역한 후에도 이어졌어요. 불안함과 불안정함이 지속되면서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놀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경력이 쌓이지도 않았어요. 그냥 말 그대로 불안정한 상태가 오래 지속됐어요.


Q : 요양보호와 가구업체 일자리 외에 다른 곳을 찾아본 적은 있을까요?

A :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많이 찾아봤어요. 그런데 계속 잘리고 떨어지고 이러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안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그리고 막노동 같은 일을 하면 되게 거친 환경이거든요. 안전하지 않고 위험한 상황도 많고요. 그래서 더 안 가고 싶어지는 것도 있고, 점점 적극적으로 찾지 않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배달 일도 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일하고, 학원 강사도 해보고 그랬어요.


Q : 불안정한 생활이나 삶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을까요?

A :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받는 불안함도 있더라고요. 저는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불안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의 불안함이 저한테 넘어오는 거죠. 분노나 화 같은 것들이 다 뒤섞이면서 일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죠. 물건을 험하게 다루거나 하면서요. 그래도 동료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하죠. 


Q : 어떤 도움이 있었으면 했나요?

A : 상담해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었으면 충분했을 것 같아요. 지금 대화 나누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상담을 받고 싶어도 돈이 많지 않으니까 상담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거든요. 부모님한테 하소연을 하려고 해도 나이가 들고 이러니까 못하고, 그러니까 또 답답하고 반복이죠.


Q :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생활이 지속될 것 같으세요?

A :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제가 사회복지나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제 조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 임금은 작고 초라한 초단시간 노동이지만 적성에는 맞는 것 같아서요. 요즘에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요. 

                        

Q : 일을 다 끝내고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A : 운동을 하는 편이에요. 회사에서 해고되고 우울감이 들었거든요. 나이는 차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은 많은데, 제가 거기에 부합하지 못하니까 자책하게 되니까 많이 힘들더라고요. 이런 감정들을 극복하려고 운동을 시작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다른 것도 배워보려고 하고 있어요. 


Q : 일이나 노동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일을 하면 자신의 쓰임이 있으니까 보람을 느끼면서 의미를 찾지 않을까 싶어요. 몸을 쓰고 돈을 벌고 해야 제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생기가 돌고 더 악화되지 않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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