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 공론장 : 지역격차
전국 40여 개 청년단체가 모여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는 더는 청년의 목소리가 잘못 대변되지 않도록, 추상적인 청년 보편의 요구가 아닌 소외되고 배제되어온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5일,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첫 단추 공론장>을 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5년 뒤 더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청년들의 목소리까지 대선에 담길 수 있도록 △노동 △주거 △지역 격차 △젠더 △기후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날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요구를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청년 당사자의 생생한 고민이, 부디 대선 후보가 그리는 ‘청년상’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주제는 “지역격차”입니다. 이번 글은 강원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가 써주셨습니다.
나는 강원도에 살며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청년이다. “경기도 청년 면접 수당”, “서울시 무중력지대”, “부산시 청년월세지원사업.” 이따금씩 뉴스 혹은 SNS를 통해 들려오는 청년정책들이다. 저 정책에 내가 사는 강원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8년 지역에서 참여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내가 강원도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서 배제되었고, 차별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청년기본법이 입법됐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청년 참여기구도 운영되고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MZ 세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마치 청년이 정치의 핵심 세력인 것만 같다. 여기저기 청년이 호명되는 지금,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효능감은 달라졌을까?
지난 12월 5일 참가했던 <첫 단추 공론장>에서 대전, 제주 청년과 지역 격차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모두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지역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역을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과 부족한 일자리, 그나마 수도권에 비해 현실적이었던 주택 가격의 상승 등 지역에서의 청년의 삶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 또한 비슷한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청년이 과밀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비수도권에는 상대적으로 청년을 위한 지원과 인프라 등의 격차가 생긴다. 비수도권 청년은 지역 격차, 정책 격차, 기회 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불평등과 격차를 크게 느끼고 있다. 언론은 너나 할 거 없이 “특정 지역에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나라가 정상인가,” “수도권 집중 못 막으면 나라 망한다”라는 등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잘못됐음을 지적하지만, 해결책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그 무엇도 지역 청년에게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 강원본부에서 발표한 <강원지역 인구이동 및 인구구조 변화분석>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 인구가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지속적으로 유출되었으며, 순유출된 20대 인구는 구직을 주된 이동 사유로 지목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 기회와 직결되는 사업체 수의 경우, 지역과 수도권과의 격차는 매우 크다. 또한 지역에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군의 비중이 작고, 교육·문화·의료 등 정주 여건 측면에서 또한 수도권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20대 청년의 유출은 비수도권과 수도권 간의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을 해당 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을 위해 수많은 청년정책이 제안되고 있지만 그 중심인 청년들은 현실적으로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청년정책은 일부 청년들만이 혜택을 볼 수 있어 체감도가 낮았으며, 고질적인 문제인 인프라 부족, 기회 부족, 하물며 이해 부족으로 청년을 이 지역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우리 청년은 다양한 이유로 끊임없이 소모되며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기 힘든 세대가 되었다.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이 불평등의 이유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적하지만, 사실 불평등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다. 팬데믹은 그 격차를 더 심화한 것일 뿐이다. 본질적인 문제해결 없이 쏟아지는 청년정책으로는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느 한 곳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를 바란다. 듣고 싶은 목소리만 선택적으로 듣는 정치가 아닌 사회의 사각지대 청년들의 목소리까지 찾아듣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