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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회진출의 역설? 女大 사라지는 일본 대학가

학제 개편과 공학화로 반등가능할까?

by YUN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글은 내가 속한 '일본대학업계'에 대한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의 화두인 '여대의 생존 가능성'을 다뤄볼까 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여대 지원자가 급격히 줄었고, 이에 따라 일본 전국 각지의 여대들이 각자도생에 내몰렸다. 더이상 학생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몇몇 여대는 아예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올해 학생 모집 정지를 발표한 교토노틀담여대(京都ノートルダム女子大学)다. 2025년 5월 15일 아래와 같이 학생 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여대의 어려움을 재확인시켰다(이하, ChatGPT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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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노틀담 여자대학에 관심을 가져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번에 학교법인 노틀담여학원은 2026년도(레이와 8년도) 이후 교토 노틀담 여자대학의 학생 모집을 중지하기로, 2025년 4월 22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하였습니다.이에 따라, 여러분께 신입학 시험에 관한 안내를 드릴 수 없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학생 모집 중단에 따라 올해 예정되어 있던 오픈캠퍼스, 개별 상담, 개별 견학 등 모든 행사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어 수험생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많은 대학교 중에서 본교 진학을 검토해 주셨던 여러분께 매우 마음 아픈 소식이지만, 아무쪼록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수험생 여러분이 앞으로 더 나은 진로를 찾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한편, 대학원 모집은 2026년 4월 이후 외부 지원자는 받지 않으며, 내부 진학 희망자와 본교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톨릭 계열인 교토노틀담여대는 전후인 1961년 문을 연 곳으로, 교토 내에서는 '아가씨(お嬢様) 대학'으로 알려져 좋은 이미지를 누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2020년 429명 입학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186명으로 절반 넘게 입학생 숫자가 줄었다. 이는 축소된 정원인 330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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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nfo_2024_04_5_1.pdf


일부 학과 개편이나 홍보에도 힘을 쏟았으나,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대학 측은 결국 문을 닫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교토 지역 사회에서도 충격이 번졌고, 슬퍼하는 졸업생들의 모습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https://youtu.be/Ta9VPkpIrZA?si=8GXKD6AhIkPky9Y5


같은 간사이 지역의 유명 여대 무코가와여대(武庫川女子大学)는 "이대로라면 학생 모집에서 더 큰 위기를 겪을 것"이란 이유로, 올 상반기 '남녀공학화'를 발표했다.


당초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공학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일부 있었지만, 한국의 동덕여대 상황과 달리 공학화 방침은 공식화됐고, 7월말 확정 발표됐다. 1949년에 문을 연 무코가와여대는 13학부 21학부, 1만여명이 다니는 여대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의 대학이다.


아래 NHK 보도에 등장하는 두 명의 학생 인터뷰도 반응은 '체념'에 가깝다. 당초 인터넷에서 반대 서명 운동이 번져가는 듯 했으나(5만명 가량 서명), 사회운동의 힘이 약한 일본답게 별다른 영향력 없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공학(共学) 전환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 건강·스포츠과학부 2학년 학생은 “주변 여자대학들도 공학으로 전환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시점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교육학부 1학년 학생은“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발표에 놀랐지만,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수가 줄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학이 되더라도 학문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몇년새 학생 모집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여대는 게이센여학원대학(도쿄도, 2023년), 고베가이세이여자학원대학(2023년), 나고야류조대학(2025년) 등이다. 여기에 공학화를 발표한 대학도 줄을 잇고 있다.


일본 전국 70곳 안팎 존재하던 여대가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아래 기사를 보면 전국적으로 정원을 채운 여대는 15곳에 불과하다. 2019년 43곳에서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일본 수도권에서 과거 명문으로 불리던 여대들의 입학점수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몇몇 유명 여대에 대해서는 정원의 반도 못 채웠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온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얼핏 저출산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실제로 일본 내 18세 인구는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중이다. 그러나 그에 반비례해서 대학입학자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대학 진학률이 꾸준히 높아지면서다.


아래 표의 선 그래프가 '대학진학률'이다. 검은 색 막대가 '18세인구', 노란 색 막대가 '대학입학자수'다. 즉, 대학진학률 증가세가 18세인구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인구 감소=여대 정원 미달'이라는 도식이 정답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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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科学技術指標2022・html版 | 科学技術・学術政策研究所 (NISTEP)


그렇다면 일본 내 여대 위기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많은 일본여대들이 그동안 소규모 교양(리버럴아츠)교육에 방점을 찍어오면서, 이른바 글로벌 지식(외국어 등)이 있는 '교양 있는 여성'을 기르는 데 주력해왔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2010년대 들어서 이들 여대들이 국제화를 내걸며 관련 학부(국제학부, XX커뮤니케이션학부 등)를 확충하는 게 한때 유행이었다. 그러나 국제화에 대한 관심을 크게 떨어지게 한 코로나로 이들 학부가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하나는 앞의 이유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교양 교육 외 경영학이나 공학 등 실용성이 높은 학부 개설을 등한시해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 상황 속에서 여학생들이 남녀공학 대학에 주로 개설된 실용성 높은 학과로 몰리고 말았다.


여기에는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 가속화를 지원하는 일본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도 작용했다.


과거 일본 여성들은 여대나 단기대학(2년제로 주로 여성들이 많이 다녔으나, 여대와 동일하게 최근 폐쇄가 줄을 잇고 있다)에서 배우고, 기업의 일반직(一般職, 전근이 거의 없는 대신 월급이나 지위가 낮은 직종)으로 종합직(総合職, 전근이 있고 회사 주류로 남성이 대다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들도 처음부터 종합직으로 시작하는 케이스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몇몇 유명 여대들은 학부 확충과 여대만이 갖는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고베의 아래 대학(甲南女子大学)은 사회학부와 교육학부, 심리학부를 확충했고, 국제학부에서는 '한국'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래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kyoto-wu.ac.jp/daigaku/kyojo/declaration.html


(참고로 한국어 한국 관련 전공이 대학 모집에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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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교토여대는 아래와 같은 '여자대학선언'을 최근 발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자대학 선언


교토여자대학은 창립 이래의 건학 정신에 입각하여

여자대학으로서 계속 존재할 것을 여기 선언합니다.


여자대학이라는 환경이기에, 성차에 얽매이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대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배우며,

자립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배움은,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의 차이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한 인간으로서 성실하게 행동하며,

가치를 창조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이와 같은 힘을 갖춘 본교 졸업생은 이미 13만 명*을 넘었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단기대학부 졸업생 포함


교토여자대학은 앞으로도 재학생·졸업생과 함께

여자대학으로서의 한층 더 큰 발전을 목표로 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여자대학으로서 사회 변혁에 도전하는 ‘인간’을 계속 길러 나갈 것을

여기 선언합니다.


2025년 7월

교토여자대학 학장 다케야스 에이코




그럼에도 이미 한번 나타난 이탈 현상은 쉽게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일본 수도권의 일부 유명 여대를 제외하고는 남녀공학화 혹은 최악의 경우 폐교를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진학율 상승으로 저출산 효과를 상쇄해왔으나, 조만간 그 효과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대 외에 지방 사립대의 정원 미달도 심각하다.


여학생들이 남녀공학 대학의 주류가 되어 가는 상황(내가 속한 학과의 3분의 2는 여학생이다) 속에서, 여대의 역할 재정립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시대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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