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제품 사이즈는 확인하셨나요?"
저는 국내 SPA 의류 브랜드의 부산 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휴학생입니다. 몇 달간의 경험을 축적해서 고객마다 응대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 이 방법들은 개인적인 것으로 브랜드 규정과는 무관합니다. 물론 최대한 브랜드 규정 내에서 행동합니다)
저희 브랜드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저희 지점의 위치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분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이분들에겐 한국말로 인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먼저, 부끄러운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유난히 외국인 고객분들이 많은 기간이었습니다. 입점객 비율은 모르겠으나 매출 비율은 (오버를 조금 많이 보태서)50%정도 될만큼 많았습니다. 잘 하지 못하는 영어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응대하고, 택스프리를 도와드렸습니다. (알바 초기라 택스프리를 자주 까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외국인이 계산대로 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인사는 까먹고, 영어로 택스프리가 필요하냐고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의 대답은,
괜찮아요.
한국말이었습니다. 발음이 참 좋으시더라고요. 바로 한국말로 응대했습니다. 이 고객님은 제품을 구매하고 가셨고, 저는 그다음부터는 아무리 외국인같이 생겨도, 인사는 한국말로 했습니다. 손님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거나, 영어로 대답하면 그 뒤에는 적절하게 응대하고요.
그 손님이 외국인인지, 귀화한 한국인인지, 혹은 다문화가정의 자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외국인인데 한국어를 잘하는 손님일 수도 있겠죠. 이 부끄러운 경험 덕분에 외국인(같이 생긴 분 / 제 기준)에게 인사는 한국말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많이 따져보면, 외국인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는 이유는 될 수 없겠네요. 그 사람이 외국인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스무 살,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뭐든지 확대하고 아름답게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갔습니다. 명동, 이태원, 홍대에 갔습니다. 그때 갔던 두 가게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명동에 갔습니다. 화장품 가게가 참 많고, 거리에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참 많이 들렸습니다. 저는 에이랜드도 가고, 한섬팩토리도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명동교자에 갔습니다. 칼국수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칼국수였습니다.. 서울 칼국수는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더군요. 서울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나. 별 인상 없는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홍대에 갔습니다. 에이랜드 홍대점에 갔습니다.(에이랜드 왤케 좋아하냐) 젠틀몬스터도 가고, 로우로우도 가고, 윤디자인도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멘야산다이메에 갔습니다. 들어가니,
이랏샤이마세
당황했습니다. 이랏샤이마세라니.. 그 당시에는 저게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제2외국어 중국어를 배워서..) 그래도 좋았습니다. 제 상상 속 서울은 이런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한 도시, 너무 멋지자나. 실제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그다음 경험은 사실 꽤 힘들었습니다. 메뉴판에는 일본어와 영어, 그리고 미맹인 저에게 너무나 어려운 한국어로 된 라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격만 보고, 너무 싸지 않고 너무 비싸지도 않은 메뉴를 시켰습니다. 인생 첫 츠케멘을 먹게 됐습니다. 제 입맛에 맞더라고요. 그러곤 라멘을, 일본을, 그리고 멘야산다이메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불편하지만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게 여행은 낯선 곳에 가는 것입니다. 편한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팟타이를 좋아합니다. 태국음식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에게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데, 저는 그 향을 좋아하는 쪽입니다. (TMI : 비염 때문에, 와사비나 향신료처럼 톡 쏘는 자극적인 향을 좋아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태국을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태국 파타야와 방콕에 다녀왔습니다. 더 좋아졌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태국은 최고의 관광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 때문입니다. 제가 본 태국 사람들은 미소를 띠고 있고, 친절했습니다. 우버, 게스트하우스, 호텔, 그리고 맛있는 음식점들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랬습니다.(아, 툭툭이 기사님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었습니다 :) ) 그리고 관광지에 있는 분들 대부분은 태국어와 함께 영어도 사용하는데, 첫인사는 항상 싸와디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곳을 가든 태국에 온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영어로 인사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것, 그 이상의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조금은 불편한, 타국의 인사말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저희 매장에 오는 여행객들의 기억에,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아름다운 우리 한국말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부산에, 저희 브랜드, 매장에 참 잘 왔다는 추억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국인 손님에게 한국말로 인사합니다.
추가) 이 이야기를 동료 직원과 이야기해봤더니, 그분은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저도 그런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전송 인사는 외국인 손님의 나라말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시에시에 짜이찌앤, 다스삐 다냐~)
*무엇보다 상황에 맞춰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겠죠?
(계산을 마치고)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재똥철학'에서는 저의 일상에서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개똥같은 철학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