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서울에 놀러 갔을 때, 디앤디파트먼트라는 상점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하고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가게라, 마치 전시회를 관람하듯 제품들을 작품처럼 구경했습니다. 멋진 제품들과, 제품을 더 멋지게 보여주는 디앤디파트먼트의 설명들을 보고 제품을 사려고 했..으나, 너무 비싸서(학생의 슬픔ㅠ) 송월에서 만든 하얀색 이태리타월, 떡볶이 접시, 도루코 면도칼 정도만 사서 나왔습니다..ㅋㅋ
만나는 친구와 카페사장님께 선물로 드리며, 그 물건들과 디앤디파트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꼭 가보시라고..!ㅋㅋ) 그러다 도루코 면도칼을 보고 ‘이런 칼을 택배 뜯을 때 전용으로 놔두고 사용하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재밌겠네요 ㅋㅋ 요즘 택배도 많이 시키고 받잖아요. 그럴 때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안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그때 만났던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예전에 말한 '그 칼' 안 만들어요? 택배 뜯을 때마다 그 아이디어랑 윤재님 생각이 나요’라는 말씀을 가끔 해주셨습니다. 그런 말을 해주는 분들과 빈도가 늘어나면서 ‘아, 이건 만들어야겠구나..’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명분들
만들어야 할 명분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2020년을 온라인커머스의 규모가 오프라인커머스를 추월하는 최초의 해로 만들며, 사람들이 '택배를 뜯는 양'을 체감이 될 정도로 증가시켰습니다. 1년 전까지, 현금으로 시장이나 마트에서 쇼핑하던 저희 엄마가 요즘 가장 좋아하고 즐겨 쓰는 앱이 쿠팡이 되었으니까요. (쿠페이와 카카오페이도 등록하심..)
그리고 저는 지금 대학생인데요.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주변 디자인이나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보면 졸업전시나 졸업연주를 하는데, 저희 학과는 그런 게 없거든요. 그래서 너무 멋지고 부러운 거예요. 거기다 저는 수업도 3학점짜리 한 과목밖에 안 들어서 시간도 많고! 그마저도 온라인 수업!!(지금은 대면수업을 합니다만) 아무튼 시간이 아주 많다는 명분이 있습니다.
또 같이 할 동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 더 자세히) 이 동료도 제가 아이디어를 떠벌리는 친구 중 한 명인데요. 얘한테는 떠벌리다 못해 '같이 하자'고 설득했고, 설득당해서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혼자였으면 생각만 하다가 그만뒀을 수도 있을 텐데, 같이 하는 동료가 있으니 서로 이끌며 어떻게든 해내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앞서 말씀드린, 저에게 '언제 나오나요?'라고 물어주신 분들에게 얼른 보내드리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