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여행
치앙마이행 항공권이 취소된 지 1년이 지났다. 팟타이 등 태국 음식을 사랑하고 예전에 다녀왔던 태국 여행 경험이 너무 좋아서,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최근 내 유튜브에 세계여행 중에 그 질병(코x나)이 퍼져, 태국에서 생존하고 있는 분의 영상을 처음부터 보고 있다. 3천원짜리 팟타이를 먹고 치앙마이와 끄라비에도 한 달씩 사는 모습을 보니, 1년 전 그 아쉬움이 다시금 몰려온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보다는 예전에 다녀왔던 여행지를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감하고 그리워하거나, 내 사진 클라우드를 뒤적이며 추억에 잠긴다.
그런데, 너무 좋았던 기억의 사진이 보이지가 않는다. 분명 도쿄 시부야에서 오코노미야끼를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사진이 안 보인다.
도쿄 여행 중에 오코노미야끼를 먹어보고 싶어서 시부야의 맛집을 찾아갔었는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2시간 기다리랬던 것 같은데..) 그곳에선 먹지 못하고, 아쉬운 대로 구글맵에 오코노미야끼를 검색해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찾아갔다. 시끄러운 철제 계단을 통해 건물로 들어가면 어두운 실내의 가게였다.
아직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가게도 영업을 막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먹고 싶던 오코노미야끼와 산토리 하이볼을 시켰다. 내가 주문을 하자 손님들이 들어왔는데, 직장인처럼 보이는 한 테이블의 손님은 가게 안에서 담배를 폈다. 일본에는 실내 흡연하는 가게가 있다고 들었기에 신기했다.
시킨 오코노미야끼를 반쯤 먹다 너무 맛있어서 조금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시켰던 것 같다. 하이볼도 다른 걸로 하나 더 시켜먹었다. 그렇게 다 먹고 계산을 한 뒤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게 너무 좋았던 기억이다.
계속 뒤지다 보니 클라우드에 없는 사진이 옛날 폰에 저장되어 있다. 그마저도 엄청나게 흔들렸지만.
여기보다 별로였던 곳은 사진을 여러 장, 그것도 정성 들여 찍어놨는데 여긴 왜 이 흔들린 사진 하나뿐일까. 아쉬우면서 그만큼 사진 찍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즐거웠던 것 같다.
난 여행을 다니며 이것저것 사진을 찍는 건 좋아하지만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문데, 방 안에서 타인의 여행기록을 보다 이까지 왔다. 오코노미야끼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