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묻다1

걷기의 지혜

by 윤재훈



걷기에도 거품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꼭 유명한 외국의 ㅇㅇ 순례길을 걸어야 내가 찾아 지는가. 우리나라에도 얼마나 멋진 길들이 많은데. 평생 길 위를 걸었지만 <제주 올래길>만 하더라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그런 멋진 길을 나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다투어 개발해 놓은 여수 남면의 비렁길, 강화도 둘레길, 강원도의 바우길, 하물며 가을날 금방 떨어질 듯한 홍시감이 익어가는 지리산 둘레길은 또 어떤가? 유명 인사들이 잠깐 걷고 난 그 길 위에서 광고성 멘트로 날리고 휘발되어 버리는 “나를 찾았다는‘ 그런 말에 현혹되지 말자.


걷기란 무엇인가?


철저하게 나를 구도(求道) 해 가는 것이다. 길 위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그동안 세파속에 잊고 살았던 몸이 자연 속으로 나오니 ‘넓어지고 깊어진다’.웬만한 것은 다 용서해 줄 것만 같다.


그러니 동네 뒷산이라도 한 번 길어보자. 걷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맘만 먹으면 금방 나설 수 있는데. 길 위에 서면 그 길은 나에게 무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너무 세상의 잣대로만 재던 나에게, 이 넓은 세상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고, 주위도, 나도 한 번 둘러보고 살아야 한다고 토닥토닥, 등까지 두드려준다.


꽃들이 피고, 잠자리가 날고, 도심에서 보지 못했던 흰구름이 나의 사유를 넓혀주고. 세상이 달리 보인다. 길 위에 서면 아무래도 나는 철학자가 된 듯하다. 자신의 사유의 진폭에 따라 길은 꼭 그만큼의 이야기를 자분자분 들려줄 것이다.


길 위에 서 보자.

그리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자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내가 걸어가고 있어도, 놀랄 필요는 없다. 원래 그것이 나였으니까, 오랫동안 잊고 살았을 뿐이니까.


그러니
길 위에 서는 이들이여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검혀한 모습으로,

환경 파괴를 줄이며


길 위에 서 보자.


2018. 8. 19. 일 아버님 기일에,

조지아 <시그나기>에서


#여행 #걷기 #지혜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