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진하다.
남도의 저녁 식탁에 앉아 진하게 삭은 홍어와 붉은빛이 감도는 콩나물과 잘 버물린 아귀찜, 거기에다 전통의 방식으로 빚은 남도의 막걸리까지 곁들어서 얼큰해진 느낌이었어. 홍어의 톡 쏘는 뇌새김까지 오랫동안 남아있는.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우리들의 젊은 날의 고래가 동해바다로 헤엄쳐 가는 <바보들의 행진>의 병태와 영자까지 떠오르더라고. 우리들의 젊은 날도 그런 열정으로 질펀하지 않았나. 단지 그들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이지만. 송창식이 꺼벙한 모습으로 읊조리던 주제곡 "날이 갈수록 "까지 흥얼거려지더라고.
나도 16개월 동안 세계여행에서 막 돌아왔어. 칭다오를 출발하여 유라시아 로드를 따라 불모의 땅 중국 서부 위그루 지역을 관통하여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3국, 이란, 터어키를 지나 유럽을 한 바퀴. 돌고 모스크바에서 귀국했지.
돌아온 이유 중 하나는 나도 역시 세 번이나 소매치기를 당하고 몸이 가시고기처럼 초토화된 느낌을 받았거든.
커다란 배낭을 통째로 잊어버리고, 그 안에는 캐논 카메라, 망원렌즈, 메모리, 여행에 필요한 나의 모든 짐이 들어 있었는데.
그래서 에콰도르에서 배낭을 털렸다고 할 때, 남의 얘기 같지 않았어. 마치 내가 당하고 있는 느낌이었거든, 나 역시 여행 중에 수많은 히피와 소매치기들을 만났기 때문에.
"동효 씨 고마워"
2년이 넘은 시간 동안 보이지 않고 페이스북에서만 맴돌더니 이렇게 멋진 옥동자 하나 생산하여 와서.
"내게 남아메리카는,
방랑의 대륙이었다"
는 그대의 말처럼
갑자기, 무너져 내린 유적 너머, 황홀하게 열망하는 남미 바닷가 어디쯤 노을을 보고 싶네
그렇지 않으면 가난한 여행자들과 진하게 한 잔 하고 숙취가 밀려오며, 덜컹거리는 창문으로 걸리는 노을이 고운 어느 바닷가 마을에 가서 아침 해장에 좋은 물메기탕이나 한 그릇씩 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