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없고, 너부터 챙겨
말기암 판정을 받은 내 친구 J에게서 인상깊었던 점이 하나 있다.
이 친구의 태도.
'얘, 왜이렇게 밝아?' 싶을 정도로 너무 긍정적이었다.
J가 아프단 소식을 직접 전해듣고
숨이 턱 막힌 것 같은 느낌을 숨겨야겠다 싶을 정도로
이 친구는 너무도 담담하고 활기찼다.
"내가 그동안 쉬어본 적이 없어서
남은 시간 뭐 하면서 보내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제 시간을 잘 써봐야지."
담담하고도 참 애글펐다.
내 친구의 측근들은 친구의 암 소식을 듣고는
하나같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슬퍼했다.
이들이 걱정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이 친구는 오히려 이들을 챙겼다.
자신의 병이 주변 사람에게 부담을 줄까봐,
본인이 무너져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챙김으로써 스스로를 지탱하려고.
담담하지만 살고자 하는 J의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
J에게 그의 피앙새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자꾸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의사는 친구의 피앙새를 조용히 불렀다.
"폐암 4기입니다."
의사로부터 전해들은 이 한 마디는 피앙새를 무너뜨렸다.
엉엉 울면서 병실로 들어오는 피앙새의 모습에 내 친구는 직감했단다.
'나 많이 안좋구나'라는 걸.
친구 말에 의하면
이 날 이후로 이들 커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길어봤자 3년'이라는 의사의 말
(이 수치는 평균치일 뿐, 폐암 4기여도 10년 이상을 사는 사람도 많다)
에 멘탈이 붕괴된 피앙새는 J에게 힘이 되어주다가도
본인도 힘들다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냈다.
혼자가 될까봐 두렵다
마음이 괴롭고 복잡하다
되돌이표를 무한 반복하듯, 이 둘은 같은 주제를 두고 끊임없이 대화했다.
그러다 피앙새 입에서 '좋은 관계로 남자'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나 마음적으로 많이 힘들어 튀어나온 말 같았다.
드라마라면 결과가 어떻든 네 옆에 있어주겠다며
하던 일 내려놓고 병간호를 하겠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 나날만을 꿈꿨을텐데
이 상황은 피앙새가 견디기엔 너무나도 무거웠던 것 아닐까.
J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아프고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피앙새를 원망하고 미워하기보단
이 친구를 달래주고 이 친구 마음을 어루만지는데 온 힘을 다했다.
주변을 챙긴다는 건, 늘 힘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때론 누구보다 힘들고 아픈 사람이 오히려 주변을 보듬고 안아준다.
J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피앙새와 주변의 마음을 먼저 걱정하고,
슬픔보단 다정함으로 마음을 전하는...
그런 J를 보며 나는 문득 챙긴다는 건 함께 버티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 아픔보다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던 그 모습이
참 오래도록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