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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min Yun Aug 22. 2019

사람으로부터 출발하는 디자인,  넷플릭스


넷플릭스, 문화가 되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하루를 가꾸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카페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해 강아지와의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테고, 또 누군가는 즐겨듣는 밴드의 음악으로 잠에서 깨고 오래전부터 방문해보고 싶던 장소에 가보는 것으로 그날의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요즘 들어 나의 하루를 열고 닫는 것은 딱 하나 넷플릭스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는 즐겨 보는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미리 다운로드해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넷플릭스를 만나고, 잠들기 전에는 새로 업데이트된 컨텐츠들을 두근거리며 보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성한 이름으로, 1997년 캘리포니아주 스콧츠 밸리에서 리드 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가 설립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스크린에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어느덧 190여 개국 1억 4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데, 많은 디자이너들이 넷플릭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에 몸담고 있는 사용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 매일 새롭게 축적되는 그들의 서비스 사용 환경을 기반으로, 미래의 경험까지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인. 한 번이라도 이런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넷플릭스를 유심히 들여다보자. 넷플릭스야말로 그 어떤 서비스보다도 체계적이고 섬세하게, 사용자를 분석한 디자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매일 보던 얼굴이거나, 처음 보는 얼굴이거나


넷플릭스 디자인 팀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TV, 웹, 모바일이라는 세분화된 모든 온라인 환경과 더불어 전 세계 언어와 문화를 불문하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고안하고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Netflexer (넷플릭스를 즐겨 보는 이들을 뜻하는 말)’들이라면 해당 로고 애니메이션(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2&v=GV3HUDMQ-F8)이 상당히 익숙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주변을 어둡게 만들고 감상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았을 때, 기존의 하얀 로고 애니메이션 화면(https://www.youtube.com/watch?v=mnZeRCrMRFg)을 약 2초간 접하는 것은 이질적인 경험이라는 판단. 시간이 지날수록 컨텐츠를 감상하는 스크린의 크기가 커지고 화질이 좋아지면서 더욱 하얀 화면보다는 어두운 로고 애니메이션이 컨텐츠의 몰입감을 도와주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고찰 아래 넷플릭스 디자인팀은 무려 3개월에 걸쳐 새로운 로고 트리트먼트를 제작한다. 더 나아가 로고에서 뻗어 나가는 다양한 컬러는 그들의 글로벌 컨텐츠와 사용자를 의미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담고 있기도 하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접하는 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사소하지만 큰 변화의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전의 넷플릭스 로고들의 변화는 이곳( https://www.youtube.com/watch?v=nJMOIWIXxhI)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얼마  왓챠 플레이(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왓챠가 운영하는 영화 드라마 VOD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국의 넷플릭스라고 불리고 있다.)IMDb 평점 9.5 기록하며  호평을 얻은 HBO 드라마 ‘체르노빌 국내  공개했다.이에 맞게 왓챠 플레이의 오프닝 로고 에니메이션이 체르노빌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바뀐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왓챠 플레이의 체르노빌 공개 기념 로고. 이런 깜짝 디자인은 너무 귀엽다!




매일 보던 얼굴이거나, 처음 보는 얼굴이거나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시청한 컨텐츠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사용 습관이나 취향에 따라 서비스의 모습을 달리해서 보여주어 사용자의 편리를 높인다. 이는 1억 4백만 명 이상의 넷플릭스 회원들이 모두 같은 모습의 서비스를 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기도하다. 사용자에 맞게 선별된 각기 다른 컨텐츠들이 각자 다른 위계로 정렬되어 그들을 맞이한다. 사용자가 1억 4백만이면, 서비스도 1억 4백만 혹은 그 이상으로 모습을 달리한다는 말이다.  사용자가 컨텐츠를 선별하는 데 더욱 적은 시간을 쓰고, 대신 훨씬 더 많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넷플릭스 디자인팀은 주목한다. 위치, 시간, 날짜, 음성 인식과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관련이 높은 기능을 우선 제공한다. 넷플릭스가 사용자가 자신이 뭘 원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컨텐츠를 추천해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다. 또한 190여 개국의 다양한 언어와 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UI를 현지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각국의 사용자들이 어떤 디바이스를 가장 많이 쓰고, 어떤 서체에 익숙해있는지를 연구하고 디자인에 충실히 반영한다.


"넷플릭스는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비슷한 취향을 가진 회원들을 클러스터라는 취향 군으로 묶어 콘텐츠를 추천 합니다. 이때, 넷플릭스의 로우(row)-추천카테고리- 는 각 프로필의 성향과 시청 취향에 따라 다르게 배치됩니다. 어떤 회원에게는 내가 찜한 리스트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가 제일 위에 뜨죠. 넷플릭스 홈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로우는 5만 건 이상이 있고, 회원의 취향에 따라 해당 국가에서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로우의 조합을 회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_넷플릭스 디자인팀


변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따른 넷플릭스의 와이어프레임. 자세한 내용은 이곳 (https://vimeo.com/307458447)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


2016년 Gretel과 함께 진행한 넷플릭스의 리브랜딩(https://gretelny.com/netflix)에서 그들이 새롭게 정의한 테마는 ’Stack’였다. 무한히 쌓여나가 그 모습이 확장된다는 브렌딩 테마는 어딘가 넷플릭스라는 서비스의 브랜드 미션을 닮아있기도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넷플릭스는 단 한 명, 당신만을 위한 ’stack을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디자인은  사람이 만들고, 다시 사람이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며 실험하는 디자인이야말로 이렇게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만든 디자인이 어떤 이를 향해 있는지. 혹여나 그 과정에서 놓치거나 섣불리 판단하고 넘어가버린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경계하는 태도. 이러한 태도는  바로 넷플릭스의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Gretel의 넷플릭스 글로벌 리브랜딩. 더욱 자세한 것은 이곳(https://gretelny.com/netflix)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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