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이 없는 나의 집

주입식 모던 화이트 인테리어

by 윤지아

유행을 좇으면 애정이 없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방법은 쉽다. 주변 환경과 트렌드에 눈을 두는 건 누구나 노력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를 발견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은 점차 흐려진다. 나 자신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릴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2년 전 이사 온 집의 인테리어를 ‘오늘의 집’이나 네이버 메인에 걸릴 법한 블로그에나 있을 것 같은 화이트톤의 모던한 인테리어로 했다.

집안은 당시 인기 있던 ‘미드센추리모던’을 검색하면 나오는 조명과 가구들로 채워 넣었다.

나와 추억이 담긴, 내 흔적이 가득한 물건들은 새 집 인테리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장 창고행으로 향했다.

'귀여운 것은 이 집과 맞지 않아. 내 추구미(본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와 맞지 않아.

나는 노란색과 민트색을 좋아하지만, 화이트와 잘 어울리고 무난한 베이지나 그레이 컬러가 낫겠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것=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집을 봤을 때 내 취향이 하나도 남아 있지를 않았다. 남들이 봤을 때 이쁜 집.

내가 좋아하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없는 집.

정이 가지 않는 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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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을 산 적이 있다.

하나는 기본템이라고 불리는 블랙 컬러의 명품로고가 박힌 가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말하지 않으면 명품인 게 티 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깔에 들고 다니기 편한 가방이었다. 무난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디자인이었다.

"튀는 컬러는 금방 질려, 시즌을 탈 것 같은데?"라는 주변 만류에도 난 그 가방을 골랐다.

물론 기본템도 너무 아끼고 잘 들고 다니지만 내 취향이 반영된 가방에 조금 더 정이 간다. 5년밖에 되지 않아 그럴 수도있겠다만 아직 질리지 않았다. 여전히 아끼며 잘 들고 다닌다.

나중에 이뻐 보이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뭐 어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든다는데.


하얗기만 한 우리 집을 보며 취향이라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예전의 나는, 아니 불과 5년 전의 나는 내 취향을 잘 아는 사람이었구나.


이사 온 지 2년이 지난 지금은 곳곳에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을 두며 집에 애정을 붙여가고 있다.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아도, 인테리어 카테고리에 베스트가 붙지 않았어도, 요즘 유행하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잊어버린 내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오래오래 일상을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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