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소란스러워진 나의 집
나는 웬만하면 소비로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신중한 편이다.
이 물건이 정말 내게 필요한지,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대체품은 없는지, 이 물건이 없을 때에도 잘 살았는데 그럼 굳이 지금은 왜 사야 하는 건지 등 나만의 여러 테스트 후 물건을 들인다. 이런 소비 습관을 갖게 된 이유는 예전에 물건을 많이 들인 일을 후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던 삶의 모습은 꼭 필요한 물건으로만 채워진 공간, 단정한 공간에서 잠들고 일어나는 삶이다.
그러나 나의 욕심으로 짐은 쌓여갔고, 결국 수납장을 들여서 물건을 정리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나의 집은 소리 없이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소란스러워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옷장이나 서랍을 열어볼 때마다 적지 않게 놀라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지난 1년간 내 손길이 닿지 않은 옷과 물건들이 꽤 많았다. 나는 이 옷을 언제 입으려고 보관하고 있는 걸까? 이 물건은 언제 쓰려고 가지고 있는 걸까? 1년 안엔 쓸모가 없었지만, 2년 후의 나를 위해서? 혹은 5년.. 10년 후의 나를 위해서? 이 물건들을 집에 들였을 때의 내가 꽤나 욕심쟁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내 시간을 맞바꿔 번 돈으로, 과거의 내가 직접 들인 물건들이다.
그것들은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집 안을 둘러보니 정작 내가 아침에 눈을 떠 씻고 밥을 먹고 다시 잠에 들기까지, 내 일상을 위해 이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다.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겐 쓰일 수 있고, 미련으로 놓지 못한 물건들도 있으니.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도 하고, 중고거래 어플을 통해 나누기도 하고, 틈틈이 헌 옷수거함에도 안 입는 옷들도 넣고 있다.
집 안에 들여놓았던 것들을 다시 집 밖으로 비우면서,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얼마나 대책 없이 소비를 하고 있었는지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니, 누구의 영향도 없이 내 소비 습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름 신중하게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집의 한 구석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물건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곤 했다. 지금은 그 씁쓸함도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집 안은 조금씩 비워져 갈지라도 내 마음은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었으니까.
비우면서 확고해진 것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난 언젠가 쓰일 물건들이 가득 찬 창고가 아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집에서 살고 싶다.
앞으로는 내 손길이 닿지 않을 물건은 섣불리 들이지 말기로.
옷장 한구석, 서랍 한구석까지 보살피며 내가 살아가는 집을 온 마음 다해 애정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심플한 삶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너무 많이 소유하려는 것을 멈추자.
그러면 자신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