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잠을 못 잔 지 9개월이 지났다.
수면장애 약을 처방받은 후로 겨우 잠자리에 들게 되었지만 중간에 몇 번을 깨는지 세기 어려울 정도다.
꿈을 꾸지 않는 날도 거의 없다. 대부분 악몽이라고 말할 수 있는 꿈이다.
잘 자는 법, 자다가 안 깨는 법, 수면에 도움 되는 음식, 음악, 자세 등 수면에 도움 된다고 하는 것들은 다 찾아봤다. 인터넷에서도, 책에서도, 심지어 친구의 말에서도 들었던 내용은 "이렇게 하면 잠이 와. 이대로만 따라 하면 돼. 이게 정답이야."라는 것이다.
자기 전 전자기기 멀리하기, 따뜻한 차 마시기, 늦은 밤 커피 마시지 않기, 야식 먹지 않기, 암막커튼 달기, 가습기 틀기, 침실 적정온도 찾기, 수면 향초 켜켜 등 인터넷에서 본 대로, 책에서 읽은 대로, 친구에게 들은 대로 모조리 따라 해보았지만 수면장애는 나아지질 않았다.
조금 나아졌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고 심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나를 조롱할 뿐이었다.
정답에서 어느 부분이 틀린 걸까?
매사에 '이렇게 하는 게 정답이야'라고 단정 짓고 살아왔다.
맞고 틀리는 게 없는 상황에서도 정답을 찾고야 말았다.
더 빠른 방법이 정답이라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정답이라고 여겼다.
심지어 라면 한 봉지를 끓이더라도 면부터 넣는지, 수프 먼저 넣는지, 아니면 물이 끓기도 전에 면과 수프 모두 넣고 한 번에 끓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결과는 모두 같다. 라면을 완성하는 것뿐.
결국에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지나고 보니 어느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