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싶은 나의 생활계획표

수면시간부터 그려보자

by 윤지아

초등학생 때 동그랗게 방학 계획표를 그릴 때마다 자는 시간의 영역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그렸다.

그리곤 나머지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웠다.

그 당시 그렸던 계획표는 방학을 맞이하는 의식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자는 시간의 영역을 줄이면서까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로는 아주 다른 삶을 살았다.

눈을 뜨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심지어 각종 하지 않아도 되는 재미있는 일들까지 누린 후 남는 시간에 자는 것.

그러다 보니 피곤에 절어있는 날들이 수두룩 했고, 일상의 우선순위에 잠이 있던 날은 거의 없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 단호하게 지키고 있는 건 잠을 일상의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8시간 이상의 잠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마치 방학 계획표를 짜던 초등학생 시절의 나처럼,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수면장애를 겪게 된 것이 가장 크다.

수면장애를 겪으면서 충분한 수면 없이는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잠을 최우선 순위로 둔 이후로는 자기 전마다 꼭 쥐고 살던 핸드폰을 단호하게 내려놓았다.

수면장애를 겪은 후로 나 자신과 약속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침대 위에서 핸드폰 보지 않기.

자기 전 핸드폰을 보면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더 늦게 잠들게 되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침대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침대 위에 머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간에 일어나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지 않기.

시간만 보려고 했다가 알림이나 메시지가 떠있으면 괜히 보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결국엔 릴스와 쇼츠 무한 재생.. 자다 깨도 핸드폰 화면을 켜선 안 되는 이유다.

이 두 가지를 지킨 후로는 자기 전후 머릿속이 굉장히 깔끔해졌다.


게다가 잠을 뺀 나머지 시간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하다 보니,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잠을 8시간 이상 잔다고 하면 하루를 낭비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잠자는 시간을 두세 시간만 줄여도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막상 덜 잔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진 않는다. 왜냐면 내려온 눈꺼풀과 쏟아지는 하품을 참아가며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피곤한 상태의 나는 주로 재미만 있는 일, 즉 쓸데없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자고 일어난 날에는 하는 일의 가짓수는 적을지라도, 중요한 일을 집중해서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잘 자는 것을 거스르며 한 노력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만족스러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고,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이 시간을 최대한 나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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