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없는 일부터 시작하기

브런치의 열 번째 생일에 다녀온 후

by 윤지아

나는 해야 할 일이 쌓이면 그중 가장 자신 없는 일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하고 그중 가장 자신 없는 일부터 하면 된다.

해야 할 일중 자신 있는 일부터 하게 되면 몸은 편할지라도 마음 한편에는 언젠가 자신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걱정이 가득하다. 반대로 자신 없는 일부터 시작하게 되면 남은 일에 대한 걱정이 없다.

난 마음의 힘듦을 더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으로서 후자를 택했다.


브런치도 내겐 마찬가지였다.

시작이 어려웠다. 한 번 시작하면 잘 해내야 할 것 같았다. 편하게 글을 쓰고 싶어도 브런치는 작가들이 쓰는 글이니까 나 같은 아마추어 글쟁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글을 아주 많이 써본 사람이 되면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글을 쓰는 게 좋다는 나의 말은 힘을 잃어갔다.

많은 사람에게 보이지 못한다 해서 글이 아닌가?

그 생각의 끝에서 내린 결론은 단 한 명의 구독자여도 내 글이 닿는다면 부지런히 써 내려가겠다는 것.


자신 없었던 일도 막상 시작하고 나면 별거 없다.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나의 한계를 내가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런 허튼 감정에 속아 시작하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될까?

이제야 못한 시작들이, 한계를 두었던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글을 쓰다 말다 반복하다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그동안 글을 쓰며 마음 건강을 챙겨 왔다면 글을 쓰지 않는 동안에는 몸 건강에 시간을 썼다.

마음 건강과 몸 건강 모두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에게는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정신의학과에 가는 텀도 길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전보다는 쉬워졌다.

많은 것이 나아졌고 그것의 시작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글쓰기에 열정을 쏟고 싶어 하던 찰나, 브런치 10주년 팝업 행사를 한다기에 곧장 가게 되었다.

온전히 나의 흐름대로 있고 싶어서 혼자 방문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공간에 시간을 더 쓰고, 다른 사람의 글도 들여다보며 속으로 공감도 하고 내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브런치는, 글쓰기는 매번 나를 일으켜준다. 나의 부끄러운 내면을 들여다본다.

여전히 나는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써 내려가고 있는 건 브런치의 힘일까? 나의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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