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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Sep 28. 2022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연습

점심 먹고 설거지를 하다 문득, 내가 하면 너무 별론데 남이 하면 호감을 느끼는 일들이 많다는  깨달았다.


예를 들면 표현을 잘하는 성격.

남이 어떻게 볼까, 나를 가볍게 생각하면 어쩌지 싶어 친하지 않으면 무뚝뚝한 채로 지내는데, 막상 누군가 나에게 감정표현을 잘해주면 마음이 편하고 고맙다. 이 사람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니까 나도 고민 없이 더 잘해줄 수 있다.


또 하나는 깔끔함.

부모님이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라 내가 그렇다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었다. 이불이나 베개커버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빨아야 하고, 옷에 작은 점이라도 묻으면 절대 안 된다. 회사 책상이나 집도 항상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지저분한 걸 싫어하고 각이 맞춰있는 걸 좋아한다. 냉장고 정리를 할 때에도 테트리스 하듯이. 옷이나 신발 정리도 종류와 색깔별로 꼭 해야 한다. 이런 점이 융통성 없고 답답해 보일까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에는 일부러 (나름대로) 흩트려 놓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나처럼 깔끔 떠는 사람을 보면 부정적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더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예민함.

잠귀가 밝은 건 기본이고 거의 모든 감각이 예민한 편이다. 시력은 나쁘지만 색 구분이나 얼굴 기억을 잘하고, 비 오기 전에도 냄새로, 누가 무슨 향수와 샴푸를 쓰는지, 상하기 전 음식도 잘 알아낸다. 타인의 말투, 표정의 미세한 차이도 잘 구분해서 기분 파악도 잘한다. (하지만 역시 친하지 않으면 모르는 척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래서 둔해지고 싶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둔한 사람과 있을 때 나는 대화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는 답답함까지 느낀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과의 대화는 음식을 먹어도,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봐도 풍요롭다. 아무래도 더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내 성격을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어디선가 남에게만 관대하고 나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것도 자만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겸손한 척하며 자만했던 걸까.

조금은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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