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연습

by 윤조

점심 먹고 설거지를 하다 문득, 내가 하면 너무 별론데 남이 하면 호감을 느끼는 일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면 표현을 잘하는 성격.

남이 어떻게 볼까, 나를 가볍게 생각하면 어쩌지 싶어 친하지 않으면 무뚝뚝한 채로 지내는데, 막상 누군가 나에게 감정표현을 잘해주면 마음이 편하고 고맙다. 이 사람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니까 나도 고민 없이 더 잘해줄 수 있다.


또 하나는 깔끔함.

부모님이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라 내가 그렇다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었다. 이불이나 베개커버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빨아야 하고, 옷에 작은 점이라도 묻으면 절대 안 된다. 회사 책상이나 집도 항상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지저분한 걸 싫어하고 각이 맞춰있는 걸 좋아한다. 냉장고 정리를 할 때에도 테트리스 하듯이. 옷이나 신발 정리도 종류와 색깔별로 꼭 해야 한다. 이런 점이 융통성 없고 답답해 보일까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에는 일부러 (나름대로) 흩트려 놓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나처럼 깔끔 떠는 사람을 보면 부정적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더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예민함.

잠귀가 밝은 건 기본이고 거의 모든 감각이 예민한 편이다. 시력은 나쁘지만 색 구분이나 얼굴 기억을 잘하고, 비 오기 전에도 냄새로, 누가 무슨 향수와 샴푸를 쓰는지, 상하기 전 음식도 잘 알아낸다. 타인의 말투, 표정의 미세한 차이도 잘 구분해서 기분 파악도 잘한다. (하지만 역시 친하지 않으면 모르는 척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래서 둔해지고 싶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둔한 사람과 있을 때 나는 대화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는 답답함까지 느낀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과의 대화는 음식을 먹어도,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봐도 풍요롭다. 아무래도 더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내 성격을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어디선가 남에게만 관대하고 나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것도 자만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겸손한 척하며 자만했던 걸까.

조금은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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