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

by 윤지윤

말 배우던 우리 첫째아이의 어록


어느 날 방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있던 아이가 엉엉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발에 별이 돌아다녀"

"엥? 발이 아파? 어떻게 아파?"

"아파, 별이 돌아다녀! 엉엉"


무슨 일인가 싶어 남편과 나 가족들 모두 아이에게 달려갔다

어디를 다쳤나 전전긍긍하며 다리에 손을 대니

아이가 더 놀라며 흠칫 하는거다

아,다리가 저렸구나

그제서야 웃으며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이건 다리가 저린거야 오래 앉아있어서 그래라고 말해줬더니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어떻게 저런 말을 만들지 하며 신기하기도 했고

자신이 아는 단어로 자기의 상태를 표현하려고 했겠거니 생각해보면

저 별이 돌아다닌다는 말은 참 맞는 표현이었다.

그 나이대의 부모가 그렇듯

우리 아이 어쩌면 천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더랬다

아이가 만들어준 너무 귀여운 기억이다



아이와 손잡고 어린이집을 가는 길이었다

맑은 가을날이었고 하늘이 무척 파랬다. 기분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고. 날도 춥지도 덥지도 않고 선선해서 이렇게 완벽한 날씨가 며칠이나 더 있을까 하던 날이었다.

"엄마! 하늘이 여름이야!"

아마 하늘이 매우 맑다거나 날씨가 매우 좋다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말이 좀처럼 트이지 않아서 언어치료를 고민하던 중이었고

좀처럼 자신이 필요한 것 외에 다른 것들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서 걱정이 매우 많았던 시기여서

아이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고마웠다.

느낀 걸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말을 안 하는거였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완벽한 날에 이렇게 기억에 남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준 아이가 고마워서

손을 꼭 한번 더 잡아주었다.

고슴도치 부모는

우리 아이 어쩌면 시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 나이때의 부모가 하는 행복한 팔불출같은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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