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영어 독서 프로그램 온라인 이용권을 나름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본문 전체를 읽어주고, 퀴즈로 아이들의 흥미도 끌어 제대로 읽힌다면 아이의 영어 실력을 쑥쑥 높일 수 있다는 영어 프로그램이었다. 아직 미취학인 우리 아이들은 아직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학습지도 안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하다못해 산수 학습지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귀 얇은 엄마는 뭐라도 해야 했다.
예전에 책 전집을 팔며 독서 활동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곳에 친구를 따라 간 적이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과 관련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었는데 아이가 읽은 책은 북극에 사는 펭귄과 관련된 책이었고, 독후 활동으로 펭귄과 스티로폼 눈이 있는 돔 형태의 장난감을 만들었다. 아이는 매우 즐거워했고, 나도 책을 읽고 이렇게 즐거워하니 할 만 하다는 생각에 다른 걸 더 해 볼까 하고 그곳에서 나눠준 전단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금액이 백만원 단위였다! 6살 아이에게 이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걸까? 강사분이 오셔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좋은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 비싸네요"
다른 데에 비하면 비싼 것이 아니며,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고, 지금 신청하시면 얼마정도 할인이 들어간다고 알려주셨다.
"저는 아직 아이가 어린데 이정도로 공부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억지로 시키고 싶지도 않고, 그냥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
"요즘 어머님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세요. 공부보다 행복하게만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구요. 그래도 다 시켜요. 학교 다니면 공부를 잘 해야 아이 스스로도 행복하거든요"
아.....그럴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공부하라고 학교에 보내니 성적이 좋으면 당연히 다니는 게 다닐만 할 거다. 아.....
그래도 나는 전집을 계약하지 않았는데 여섯 살 아이를 보채어 책을 읽히고 숙제를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만원돈을 들여 내가 할 일을 아직 더 늘리고 싶지 않았다. 둘째도 있어 육아에 매우 지쳐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나는 저 때의 결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을 영어프로그램 결제 일주일만에 후회했다. 아직 두 아이 모두를 통제하는 것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한 명에게 시키면 한 명도 하고 싶다고 따라붙었다. 한 명을 시키면 한명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전자책의 하이라이터 기능을 이용해 책에 그림을 그리며 킬킬거렸고 아직 전자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한 명은 계속 이것저것 해달라며 왜 이게 안되냐고 짜증을 냈다.
무엇보다도 내가 매일매일 이 프로그램을 떠올려 켜주는 일 조차 꾸준히 못하는 프로작심삼일러였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어른인 내가 켜 주는 일 조차 못 하는데 아이 스스로 이걸 켜서 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고 프로그램은 그렇게 6개월째 찾는 이 없이 방치되었다. 결제만 하면 광고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유창하게 영어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과거의 나자신을 비웃고 나는 결제비용이 아까워 나라도 이 영어책들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이 영어프로그램은 1년째 찾는 이 없이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