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만날 때마다 살맛 난다고 말하는 사람 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힘들다는 이야기뿐이다.
장사가 안되서 힘들다. 부부 갈등으로 힘들다. 건강이 나빠져서 힘들다.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다.
하나만 힘들어도 버거운데 대부분은 여러 가지가 동시에 겹친다.그래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조금 더 나아지면, 조금 더 안정되면, 그때는 괜찮아질 거라고.
유튜브에서 화사가 출연한 영상을 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행복의 장벽이 낮은 편이에요."
그리고 덧붙였다. 그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들이 감사했다고.
그 시간들이 맛있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를 이렇게 대한다. 없애버려야 할 문제처럼. 빠른 해결책을 찾는다.
버티거나, 도망치거나,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지치고 행복은 오히려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화사의 말은 방향이 달랐다. 행복은 고생이 끝난 뒤에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었다. 경험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힘든 시간을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재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한 말이었다.
"그 경험이 너무 맛있다."
나 역시 화사처럼 관점을 바꿔가는 중이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을 낮추었다. 소소한 것에 감사를 자주 느끼려 한다. 그 감각을 키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록이었다. 긍정심리학의 Broaden-and-Build Theory는 긍정적 감정이 우리의 인식과 행동 범위를 넓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 자원(회복력, 사회적 관계)을 구축한다고 설명한다. 행복이나 긍정적 감정은 단지 기분 좋은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개인의 정신적 자원과 강건함을 키우는 과정이다. 단순히 즐거운 순간이 아니라, 긍정 감정을 반복적으로 인식하고 기록하는 것이 면역력·관계·복원력까지 키운다는 연구 결과와 상통한다. 내가 실천해본 감사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감사일기 쓰기
많은 사람들이 감사일기를 쓰다 멈춘다. 감사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힘들어서다.
그래서 나는 상황을 억지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관점을 선택해본다.
2. 내일에 대한 감사 미리 쓰기
내일에 대한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함에서 시작된다.내일 감사할 한 가지를 미리 써보자.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내일 아침, 따뜻한 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3. 미래 감사 쓰기
미래 감사는 이루어질 거야라는 다짐이 아니다.몇 달 뒤의 내가 지금을 돌아보며 '그때 꽤 애썼구나'라고 말할 수 있음에 미리 감사해보는 것이다.
미래를 통제하려 하기보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는 연습이다.
좋은 음식은 처음부터 맛있는 재료만 쓰지 않는다.쓴맛, 떫은맛, 익히는 시간, 기다림이 필요하다.
덜 익은 재료를 보고 '이 요리는 실패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직 조리 중일 뿐이다.
스트레스가 생기는 문제들도 그렇다.지금은 아직 익는 중인 맛이다.
행복의 장벽이 낮다는 건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삶의 재료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행복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오늘 하루 종이와 펜만 있으면 충분하다. 행복을 키우려 애쓰지 말고,느낄 수 있는 문을 조금 낮춰보자.
행복은 커지지 않아도 생각보다 자주 스며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