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을 중심으로
무사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사시는 검도를 좋아해서 도장을 다니며 수련을 열심히 합니다. 그러던 중 전국적으로 수련생이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목검 수요 증가를 캐치, 목검을 만들어 판매하기로 합니다. 먼저 사무실하고 생산 설비(공장)가 있어야겠죠? 땅 매입 10억, 건물 올리고 컴퓨터 등 각종 사무기기와 가구 3억, 근로자 고용 1억, 목검 생산을 위한 나무 원료 1억 등. 회사 설립하고 가동까지 초기 투자비가 15억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15억 중 무사시 본인이 가진 돈은 5억입니다. 부족한 10억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대차대조표상 자산 15억, 부채 10억, 자본 5억으로 기재되며 사업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10억을 대출하고 이자 수익을 올리는 것이 상업은행의 비즈니스입니다. 대출금리를 10%로 가정하면 연 이자수입은 1억입니다.
(사실 초기 사업자금을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는다는 것이 담보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여기서는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무사시의 안목이 정확하여 목검 수요는 탄탄하고 사업은 순항합니다. 한편 무사시는 전일본 검도 대회 참석 차 다녀 온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증가하는 목검 수요를 보았습니다. 목검을 더 만들어 일본에다 내다 팔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생산 설비를 늘려 목검 생산을 늘리기로 합니다. 공장 증설에 10억이 지출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 지 무사시 사장은 고민이 됩니다. 왜냐하면 은행에 가면 금리가 여전히 높기도 하거니와, 이미 회사의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또 빚을 지게 되면 회사의 경영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무사시 회사의 신용도와 재무 안정성을 고려할 때 추가 대출은 어려울 것입니다.
고민 끝에 무사시 사장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벤처캐피탈을 찾아갑니다. 벤처캐피탈은 초기 스타트업 기업에 자금 투자를 하고 상장 등으로 회수하여 높은 자본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회사입니다. 무사시 사장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벤처캐피탈 S사는 주식 인수의 형태로 10억을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무사시는 이 돈으로 공장을 짓고 생산 인력을 더 고용하여 일본에 수출할 목검을 생산합니다. 부채 10억에 자본 15억, 총자산 25억이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편의상 사업의 이익 또는 손실로 인한 자본의 변동은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무사시는 이번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본인의 회사에 대한 지분이 100%에서 33.33%로 줄었습니다. 나머지 66.67%는 벤처캐피탈 지분입니다.
3년이 또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이웃 나라 중국이네요. 목검 수요가 상당합니다. 무사시 사장은 또 다시 사업 확장을 결의하고, 중국의 목검 수요와 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계산합니다. 중국은 큰 나라라서 그런지 목검 수요가 한국, 일본의 두 배입니다. 필요 자금도 20억으로 계산되네요. 무사시 사장은 이번엔 기업 공개 및 증시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심하고 투자 은행에게 제안서를 요청합니다. 기업 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는 회사가 기 발행한 주식 매출 또는 추가적으로 발행한 주식 매출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발행 주식을 분산시켜 자금을 조달함과 동시에 기업의 재무내용 등 실체를 알리는 것입니다. 상장(Listing)이란 주식회사가 발행한 증권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거래소에 상장되면 주주들의 주식 거래가 용이하게 되고, 시장에서 적합한 기업 가치를 평가 받음으로써 원활한 자금 조달을 꾀하고 자본과 경영을 분리시켜 합리적은 경영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상장을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에서 제시하는 상장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기업 상장 시 일반 주주의 수가 700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투자은행은 무사시 회사의 주식 발행 및 모집, 매출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습니다. 무사시 사례에서 조달금액 20억에 상장(인수)수수료가 1%라고 하면 투자은행은 2억의 영업수익을 올렸습니다.
무사시의 사례로 자금 수요자 입장에서 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술했지만 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자본주의에선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이 방대하고 지대하여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위기로 전이되는 일도 종종 일어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자금 공급자와 자금 수요자 사이에서 시장 논리에 기반하여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하고 이를 통해 실물 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