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퇴근길 콘서트에 다녀오다
#서울시향 #모차르트단조의얼굴
고전주의 작곡가지만 모차르트는 베토벤이랑 다르다.
고통에서 환희로 마무리되는 명쾌한 베토벤의 서사와 달리 모차르트 내면에는 낭만주의의 충동이 있었다.
단조로 시작해 단조로 끝내버리는, 인간 깊은 내면을 표현한 곡들.
모차르트의 단조곡은 많지 않지만 단조를 다룰 때는 플랫 단조를 많이 다뤘다.
교향곡 중 단조는 유일하게 2개가 있는데
교향곡 25번은 ‘리틀 G minor’로 불리고
교향곡 40번은 ‘그레이트 G minor’로 불린다고 한다.
몇 안 되는 모차르트의 단조 곡들을 큐레이션해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학예사의 전시기획처럼 클래식 곡도 이렇게 악장 하나씩 추출해서 감상하니, 스토리가 있는 뮤직박스 같고 좋았다.
나눠준 팸플릿에 있는 윤무진 음악 칼럼니스트의 글이 좋았다. 앞으로는 음악 칼럼니스트의 글들도 읽어봐야겠구나.
오늘 해설을 진행한 조은아님의 나긋나긋한 설명은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감미롭고 생생해 좋았다.
마지막 곡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의 1악장과 4악장이었다.
이 곡의 서두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멜로디이지만 당시엔 파격이었다. 1악장의 시작이 힘찬 장조가 아니고, 긴장과 어둠을 자아내는 단조로 시작한 것,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현악기의 출발.
이 곡은 모차르트가 매우 힘들었을 시기에 만들어졌다.
<돈 조반니>를 발표했지만 혹평을 받았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가 발견된 만큼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시기였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생을 마감하기 3년 전의 곡이다.
이런 스토리를 알고 들으면 곡의 무게가 유달리 무겁게 느껴진다.
모차르트 하면 밝은 정서가 상징적인데 오늘 공연의 모차르트는 어둡고 무거운 얼굴이었다.
한편으로, 나에게 모차르트란 피아노 원장선생님이 소나티네 다음으로 줬던 연습곡 책의 제목이다. 체르니 40번을 들어갈 때 모차르트를 통상 치는 것 같다.
시작곡으로 7번을 첬지만 옆방 누군가치던 8번 단조곡이 내 맘을 후볐다. 게다가 치기도 쉬웠다. 8번 1악장은 초스피드로 외워서 눈감고도 칠 수 있는 수준까지 반복해서 쳤던 기억이 난다.
진도를 더 나가 모차르트 그만 치고 베토벤을 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나의 피아노 배움은 모차르트 8번이 마지막이었다.
피아노 학원은 관뒀지만 집에서 악보를 인쇄해서 피아노를 쳤다. 어쩌다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악보를 구했다. 이 곡을 칠 때는 이게 민요인지도 모르고 모차르트가 반짝반짝 작은별을 작곡한 줄 알았다.
그래도 어렸을 때 작은별 변주곡의 12개 버전을 내리 치면서 재미를 느꼈다. 같은 멜로디를 이렇게 다양하게 풀어내다니, 참 집요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의 기억의 모차르트를 꺼내보니 참 소소하고 귀엽다.
이반 주말엔 모차르트 곡들을 정주행 해봐야지!
202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