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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YOON Mar 30. 2022

내 나이에 원룸 월세가 어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꿈꾸는 나이

독립한지 2년이 지났다.

나는 좀 늦게 독립을 했다. 36살에 부모님과 싸우고 집을 나왔다. 

원래는 결혼을 하면서 독립이 될 줄 알았는데 결혼이 점점 멀어져가면서 언제 할지도 모를 결혼을 기다리느니 그 결혼자금 미리 당겨받고 전세집을 구해서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밤 11시만 되면 어디냐는 연락과 내가 귀가할때까지 안자고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때문에 나한테 화를 내는 아빠와 어디 여행이라고 갈라치면 언제, 어디로 누구와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보고하고 허락 받아야하는 일상에 너무 지치고 답답함을 느꼈다. 

20대까지야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나이가 이제 마흔에 더 가까지고 있는데도 계속 그런 삶을 살아야 하니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결국 나는 터져버렸고, 다시는 안 볼 것 거처럼 짐 싸들고 집을 나와버렸다. 

당연히 결혼자금은 당겨받지 못했고, 아주 급하게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60만원, 관리비 12만원의 오피스텔 원룸을 얻었다. 그 마저도 입주일이 한달 뒤라 그 한달 동안은 3룸에 혼자사는 회사 직원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독립을 한지 2년이 지났고, 이사해야 할 시점이 왔다. 


회사가 증미역쪽으로 이사를 해서 같은 9호선 라인인 신논현역이나 언주역 근처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사를 할때 직장 근처로 알아보지만 나는 회사가 너무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증미역이라니.역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차가 없는 뚜벅이 직장인으로써 회사 근처로 가기에는 본가인 안양에 오고가기도 너무멀고 주 생활영역이 강남과 잠실인 나는 거기서 멀리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쪽으로 가든 나는 역세권 집을 구해야하기 때문에 집값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럴바엔 그래도 강남에서 사는게 낫지 라는 생각으로 신논현역과 언주역 근처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세로 들어갈 생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6개월 전부터 집을 알아봤다. 하지만 전세는 2년 전보다 더 없고, 그나마 있는 전세는 원룸인데도 2억 이상이였다. 2억 미만인 전세도 있긴 있었지만 반지하이거나 옥탑이거나 고시원 같거나 창고같은 집뿐이었다. 어쩔수 없이 다시 월세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보증금이 조금 높아도 월세가 저렴한 곳으로 찾아봤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모두 단합이라도 한 것처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70~80만원이고, 엘레베이터도 없고, 전기세, 도시가스, 인터넷, 수도 다 별도인 구옥빌라도 관리비를 10만원씩 받았다.(게다가 옵션도 없다..)


이직을 하면서 연봉을 올렸다지만 한달 거주비로만 100만원가까이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집을 알아볼수록 자괴감이 몰려왔다. 나는 왜이렇게 돈이 없나.. 이 나이까지 도대체 뭘 했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어디 순하고 마음 착한 집주인 소유의 저렴하고 컨디션 좋은 월세집이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계약만료일 2달을 남겨두고 괜찮은 집을 발견했다. 신논현역 근처이고,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원, 관리비 5만원 이었다. 가격대는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집을 보고 몇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서 하루정도 고민을 했다. 그래도 나오기 힘든 가격대이니 조금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어도 살아보자라고 결정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그 사이 다른 사람이 계약을 했다고 한다. 충격이었다. 이럴수가 있나싶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강남에 좋은 집은 보자마자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바로 뺏긴다고 하더라.


한번 집을 이렇게 뺏기고나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이 서울 하늘아래 진짜 내가 살 집은 없는 것만 같았다. 

안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월세로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반지하라도 가격대를 맞춰서 들어가야 하나하고 반포기 하고 있을 때쯤 정말 너무 딱 내가 바라던 집이 나왔다. 

언주역 도보 5분 거리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0만원 초반, 관리비 10만원!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저렴하고 평수는 더 넓다. 물론 빌라이고, 1.5층이지만 강남에서 이만한 평수에 이런 가격대는 정말 귀한매물이기에 보자마자 바로 계약했다. 


이렇게 어렵게 집을 구하게 되니 집에 대한 욕구가 더 커졌다.  결혼을 해서 신혼부부 대출이라도 받아서 번듯해 보이는 집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이 나이 먹고 원룸 월세나 전전하고 있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혼자 살게되면서 갖게 된 목표가 있는데, 평생 혼자 살아도 거실있고 3룸에 화장실 2개인 집에서 사는 것이다. 상상만 할때는 40대에는 충분히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면 평생을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두렵다. 


집이 없는게 온전히 나의 문제가 아님을 알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갖기 위한 희망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일 모레 마흔인 나이에 고작 원룸 월세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강남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 고작 독립한지 2년이니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스스로 다독여 본다. 

아직은 은퇴하기 전에 거실있는 쓰리룸에 화장실 두개인 그런 집을 소유하는 것을 꿈꿀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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