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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Apr 24. 2024

돈의문 박물관마을

체험마을

비 내리는 토요일, 대림미술관 MSCHF(미스치프) 전시를 보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갔다. 옛 서울의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마을이다.

https://dmvillage.info/

돈의문은 지금은 없어진 서대문이다.

조선은 한양의 사대문 이름에 유교의 5대 덕목 '인의예지신'을 넣었다. 

동대문은 흥지문,

서대문은 돈문,

남대문은 숭문,

북대문은 숙정문? '지'를 넣지 않은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리고, 중앙의 보각.


지름길을 두고 일부러 광화문 광장을 지나 큰길 따라 걸었다. 유홍준이 주장했던 대로 세종로 서편으로 붙여 재조성 된 광화문 광장은 걷기 좋다. 과거 중앙분리대 광장의 좌우대칭 레이아웃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울 수도 있겠지만, 차도 사이의 섬이었던 광장은 이용하기 불편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 경희궁까지 걸으면 돈의문 박물관마을이 나온다. 

흥국생명빌딩 앞 조나단 브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이다. 망치질하는 노동자, ~스키로 끝나는 이름으로 러시아 작가 같지만, 브로프스키는 미국 작가이다. 전 세계 11개의 해머링 맨 중 우리나라 것이 제일 크다고 한다. 해머링 맨은 평일 근무 시간 동안 35초에 한 번씩 망치를 내리친다. 주말이라 해머링 맨은 쉬고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 앞 야외전시이다. 도시락을 깜박하고 출근 전차를 탄 아빠를 위해 엄마가 어린 자녀를 옹기종기 데리고 나와 도시락을 건네주려고 하고 있다. 아들도 가족 조형물 사이에 섞여 같이 사진을 찍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 경희궁이 나오고 강북삼성병원이 보이면 도착이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스탬프 투어가 있다. 용지는 마을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고 스탬프를 다 찍어 다시 마을안내소에 제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작은 마을이라 골목골목을 누비며 금세 스탬프를 채울 수 있었다.

기념품은 많이 소박하다. 그림엽서 한 장과 아폴로 한 개. 어차피 스탬프 채우는 재미로 하는 거니까. 그래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아폴로는 맛있다. 남편은 예전의 불량식품 맛과 다르다고.


스탬프를 찍으며 빠르게 한 바퀴 돈 다음에 느긋하게 다시 둘러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콤퓨타게임장이다. 화난 엄마가 그려진 트릭아트 벽화가 있다.



옛날 극장 매표소이다.

1층은 옛 영화필름과 영사기 전시공간이고, 매표소를 지나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극장과 매점이 연출되어 있다. 상영시간표에 나와있는 대로 옛날 영화를 상영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독고탁을 하고 있었다. 옛 영사기로 보여주면 더 근사 했을 텐데, 아쉽지만 프로젝터 상영이다.



양철난로가 있는 옛  교실 


 비도 오고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싶다는 집돌이 아들을 억지로 끌고 나왔는데, 너무 신나 했다. 옛 마을이라고 해서 일제강점기 생각했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을지 몰랐다고.


이발소, 사진관, 여관, 음악다방, 문방구 등 건물이 가까이에 모여 있어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기 귀찮아 그냥 비를 맞고 다녔다. 아이 운동화가 흠뻑 젖어서야 비로소 마을을 떠났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돈의문은 1396년 처음 세워졌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가 1422년 현재 정동 사거리에 새롭게 조성되었다. 이때부터 돈의문은 새문新門이라는 별칭이 생겼고, 돈의문 안쪽 동네는 새문안골·새문안 동네로 불렸다. 1915년에 일제가 도로확장을 이유로 돈의문을 철거하였다.

1960, 70년대에 이 동네는 과외방으로 성행했다. 1970년대 이후 강북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옮겨가고, 과외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인근 회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가가 되었다.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전면 철거 후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조선시대 서대문을 시작으로 근현대 서울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동네를 철거하기보다 원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기존 건물을 보수하여 100년의 시간을 담은 지금의 역사마을로 조성하였다.  

박물관 내외부에 근현대 공간을 연출한 전시는 많이 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실제 건물을 재보수하여 탄생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고 지속가능성도 높다. 

'학교 앞 분식'은 실제 운영을 하고 '추억의 음악다방'은 현역 DJ가 LP판으로 음악도 들려준다. 극장에는 옛 영화를 상영하고, 오락실에서 추억의 게임을 할 수 있다. 마을 안내소 벽면에는 이이남 영상이 있고, 좁은 골목길에는 거리 공연을 하고,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계속 진행된다. 위치도 주변의 경희궁이나 서울시립역사관과 연계하여 관광하기 좋고 도슨트 투어도 있다. 꾸준한 관리와 유지 보수를 통해 역사와 문화가 있는 체험마을로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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