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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어(The Layer)

미술교사를 위한 매거진

by 사막여우

<더 레이어>는 미술교사를 위한 잡지다. ‘잡지’라고 해서 얇은 종이를 떠올렸는데, 예상과 달리 종이가 두껍고 질이 좋아 놀랐다.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럽다.

표지 위에 덧붙여진 편지도 인상 깊었다. 미술교사는 한 학교에 보통 한두 명뿐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비주류 교과로 분류되어 교육과정, 시설, 예산 면에서 소외되기 쉽다.

시험도 없고 수업 준비도 필요 없다는 오해와는 달리, 미술 교사는 정해진 수업이 없는 상태에서 교과서를 참고해 자율적으로 수업을 구상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교과다.


<더 레이어>에서는 이러한 미술교사의 위치를 ‘고립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했고, 이 잡지가 그런 고립감을 덜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정체성을 담고 있다.

<더 레이어>는 주제가 무척 다양하다. 사람 이야기, 공간 이야기, 수업 이야기, 미술 이야기, 일상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루며, 건축, 사진, 회화,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 분야를 아우른다. 그 속에는 미술 교사들의 일상과 고민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미술 교사들의 편지였다. 대학 4학년 예비 미술교사의 편지로 시작하는데, 미술교사를 꿈꾸며 어떤 마음가짐과 교직관을 가져야 할지, 실제 미술 교사의 삶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5년 차의 열정 넘치는 젊은 교사, 22년 차의 노련한 교사, 그리고 최근 정년퇴직한 교사까지, 세 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답장을 보내는 형식이다. 미술교사로서 흔히 가지게 되는 고민이 연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미술 교사를 위한 잡지인 만큼 다양한 수업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도 매우 유익했다.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 수업에 참고하고 싶은 아이디어도 여럿 있었다.


전교생의 90%가 다문화 학생인 학교에서 진행된 수업 사례도 인상 깊었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급식을 먹지만, 각자의 가정에서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수업이었다. ‘가족의 식탁’이라는 주제로, 각자의 가족 식탁을 소개하고, 모국의 음식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여 전시했다. 그 속에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수업이었다.


또한 최근 핫이슈인 박물관 굿즈 ‘뮷즈(MUSE)’에 대한 기사도 흥미롭게 읽었다. 애니메이션 <캐더헌>의 인기와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박물관 굿즈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이를 수업 주제로 다뤄볼 계획이다.


최근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7명의 미술 교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동료 교사가 있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올해 우리 학교에는 일시적으로 미술 교사가 세 명이다. 서로 수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지가 되며, 큰 힘이 된다. 언젠가 다시 혼자 남게 되더라도, 이 잡지가 든든한 의지가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다양한 미술 교사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잡지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나도 꼭 한 번 참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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