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이성을 조정하는 것이라면
이성적인 인간은 욕망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었다. 인간은 동물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성을 가진 동물이니까, 다른 동물들이 욕망을 참지 못하고 하는 행위들과는 다르게 무언가 욕망이 떠올랐을 때 머릿속으로 생각을 먼저 한 다음에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처리 과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 드는 것이다. 소유하기 위한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소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만든다던지, 저 사람이 그냥 좋다고 먼저 말하긴 좀 쑥스러우니까 내가 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한다던지 하는 것이다. 권력을 잡고 싶은데 대놓고 그렇다고 말하면 격이 떨어져 보일까 봐 국민을 위한다는 이유로, 국가를 생각한다는 이유를 열심히 머리를 써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럴 땐 그냥 당신이 좋습니다, 배가 고프니까 이걸 먹겠습니다, 좋아 보이니까 그냥 사겠습니다, 내가 한번 권력을 잡고 싶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보인다. 어차피 속을 들여다보려고 맘만 먹으면 뻔하게 다 보이는데, 굳이 안 보고 싶어서 외면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