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공급보다 넘치던 시절
"합승" - 수요는 넘치고 공급이 부족했던 그런 시절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금처럼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내가 있는 곳까지 오도록 하는 게 아니라,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에 한 발을 내딛고서 반쯤 열린 택시 조수석의 창문을 향해서 목적지를 목청껏 외쳐야 했다.
"신림동!" "연신내!" "연신내 더블!!"
빈차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같은 날들도 있었는데, 특히 주말 밤 10시를 넘어가는 시간의 강남역이 그러했다. 빈차를 잡자라는 마음은 바로 접게 되고, 합승이라도 시켜주면 다행이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누가 합승을 하고 싶어서 할까마는, 그래도 그날 안으로 집에 돌아오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수요는 넘치고 공급이 부족했던 그런 시절이었기에.
택시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모교인 중학교를 찾아가 보았다가 문득 과밀학급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빈 교실을 열고 들어가 보았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아직도 내 기억엔 저 좁은 공간에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북적이는 모습만이 떠오른다.
검고 기다란 출석부를 가지고 들어오시던 선생님, 워낙 아이들이 많다 보니 출석부도 기다랬던 것 같다. 출석을 부르는데만 한참이 걸렸고, 늦게 지각을 한 아이들은 앉을 책상이 없어서 교실 뒤에 서서 수업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겨울엔 난로에 때울 조개탄이 부족해서 추위에 떨던 아이들이 나무 책걸상을 부셔서 땔감으로 사용하고 태연이 집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별로 문제 삼지 않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넘치고 학교는 부족하고,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부족했지만,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모두가 힘들지 않았던 시절.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지방도시에서 택시기사님이 택시가 남아돈다는 하소연을 듣다가 문득 떠오른 "합승"이라는 단어, 그리고 소환된 예전의 추억. 지금은 택시도 개별 호출로 예약을 해서 타고 다니는 시대이지만, 또 언제 수요가 넘치고 공급은 부족하지만 내일은 더 잘될 거야 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짜릿한 기억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