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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5. 2019

친애하는 나의 친구들에게

[넷플릭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누구에게나 인생 드라마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나에게 누군가 "인생 드라마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꺼낸다. 젊은이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꼰대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 그런 드라마가 내 인생 드라마로 꼽히는 것은 정말로 내 인생과 함께 흘러가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늙은 엄마의 친구들을 지겨운 꼰대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완

미안하지만 , 난 당신들이 궁금하지 않아요.


주인공 완이의 말이다. 어쩌면 우리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은가"나 때는 말이야..." 만나면 주절주절 궁금하지 않은 당신네들의 삶 얘기를 늘어놓는 노인들을 보면 우리는 물어보지도 궁금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무지 이것이 요즘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단순한 늙은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노인과 어른의 차이는 뭘까?라는 질문에서 이 드라마는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어른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오히려 그저 우리가 꼰대라고 표현하는 노인에 가까워 보인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것처럼 소리를 빽빽 지르며 우기고 뻔뻔하게 행동하며, 젊은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한소리씩 늘어놓는 주책바가지 노인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노인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고 있다.


사람은 그들이 살아온 대로 살아간다. 그들이 여태까지 살아온 삶을 보여주고 , 그들이 여태껏 짊어지고 온 무게와 그 무게의 버거움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삶이 우리가 현재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느끼는 감정들과 다르지 않다. 그 시절에 여자라고 억압받았고, 가장이라고 여유라곤 없는 삶을 살았다. 억울하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잃어버렸다. 그들은 그렇게 마음 아픈 일들이 당연한 세상에 살았고 그대로 그것은 그들의 인생이 되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이들인데 이제와 조용히 입 다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젊은이들이 그들에게는 어리석고도 야속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인생이란 게 참 잔인하단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엔 그렇게 모든 걸 하나라도 더 가지라고 놓치지 말라고 악착같이 살라고 내 어머니의 등을 떠밀더니, 이제 늙어선 자신이 부여잡은 모든 걸 그게 목숨보다 귀한 자식이라고 해도 결국엔 다 놓고 가라고 미련도 기대도 다 놓고 훌훌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 인생 그들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게다가 인생은 언제 끝날지 그 끝내 알려주지 않지 않는가.
갈 때도 올 때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인생에게 어른들을 대신해 묻고 싶었다.
인생아 너 대체 우리 보고 어쩌라고 그러느냐고  




결국 이 드라마는 꼰대의 인생을 담은 드라마이다. 그러나 결코 [ 꼰대들이 옳아요, 우리는 꼰대들을 이해하고 공경해야 합니다 ]라는 결론이 아니다. “그들은 이런 삶을 살아왔고 젊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생입니다”라는 드라마이다. 세드엔딩도 해피엔딩도 아닌 그저 계속해서 흐르는 인생이 이 드라마의 결말이다.


유쾌하고 재치 있는 드라마로 꼰대들의 짜증 나는 꼰대 짓들이 이 드라마에선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모든 장르를 가진 드라마이다. 그래서 공감이 크게 되는 이야기다. 크게 보면 결국 우리네의 인생 이야기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 몽글몽글한 사랑이야기와 현실에 부딪혀버린 사랑이야기 , 힘든 이별의 이야기, 오랜 친구와의 우정 이야기까지.


어떤 사람의 인생도 한 두 마디로 정의하면, 모두 우스꽝스러운 코미디가 되고 만다.
만약 내 인생을 그렇게 한 줄로 정리해 버린다면, 나는 정말 외로울 것 같다.


과연 나의 인생을 한 두줄로 정리한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인생 드라마로 뽑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들이 점점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에는 안 보이는 것들이 , 공감이 되지 않던 것들이 해가 달라질수록 보이고 공감이 되기 시작한다. 내가 완의 나이가 되어서 이 드라마를 본다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 매년 꺼내보게 된다.  힘든 인생에 자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는 힐링 드라마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칠십 먹은 노인들이 우리의 인생은 진행형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인생이 지칠 때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앞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현재의 인생에 지쳐버린 상태라면,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은 상태라면 한 번쯤 꼭 보길 추천한다. 잔인하고도 무심한 우리네 인생을 유쾌하게 풀어낸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대한 리뷰이자 추천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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