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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09. 2023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건

엄마 아들의 8주기 그리고 생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누군가의 마음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

엄마의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되었고 그가 없는 그의 생일이 돌아왔다. 

기일이 지나고 3주가 지나면 나의 오빠의 생일이 돌아온다. 

지나간 어느 해에는 해가 뜨거웠고, 어느 해에는 흐리기도 했지만 이리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처음이었다.


3주 전 오빠의 기일에 부모님과 함께 오빠를 보고 왔을 때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엄마는 관리가 덜 된 잔디장을 보며 잡초들을 뽑은 뒤 구석에 잔뜩 쌓여있는 남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정리했고, 아빠는 오빠의 추모비 주변에 다 같이 고른 새 꽃을 심어주었다. 


"잘 있어, 생일 때 또 올게"


작년 기일 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먼저 떠나버린 아들의 추모비를 보며 눈시울과 콧방울이 빨개졌었다. 그럴 때마다 아빠와 나는 애써 괜찮은 척 다른 이야기들로 화제를 돌리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엄마가 울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일상을 얘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이제는 정말 우리 가족이 그날의 일에서 회복된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는 오늘도 다가오는 오빠의 생일을 위해 일요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양념 갈비, 오징어 전을 만들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 조금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다 엄마와 둘이 오빠를 보러 갔다. 그동안 해가 너무 강해 꽃이 시들까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새로 심어준 꽃들이 바싹 말라죽어있었다. 비가 잠시 그친 그 틈을 타 엄마와 둘이 상을 피고 음식을 올렸다. 오빠가 좋아하던 달달한 커피도 까먹지 않고 올렸다. 


향이 타들어가는 동안 엄마는 오래간만에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들~ 잠시라도 생일상을 챙겨줄 수 있게 비를 멈춰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내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홀로 남게 된 자식으로서 나는 오빠에겐 미안하지만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제는 부모님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랐고 이제는 부모님이 조금씩 행복을 찾아가도 된다고 생각하길 바랐다. 하나 24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어떻게 8년 만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할 수가 있었을까.  생각이 짧았다. 오빠가 떠난 뒤 스스로를 끝없이 원망하다 끝내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애써 괜찮은 척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가 안쓰럽고 가엽게 느껴졌고 세상이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비가 왔다. 우리가 오빠를 보던 시간만 정말 그가 하늘에서 힘이라도 썼는지 비가 그쳤었다. 엄마는 올해도 무사히 생일상을 챙겨줘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엄마, 엄마꿈에는 오빠가 가끔 나타나?

"아니 그렇게 안 나타나더라고 여태 한번 정도 나타났나? 근데 고생을 많이 해서 거기가 편한가 봐. 얼굴이 되게 편안하고 좋아 보였어" 


엄마를 그리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오빠에게 부탁했다.

'그곳에서 엄마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줘'라고, 그가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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