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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Dec 03. 2023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를 감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무언가를 사는 일은 늘 갈등하는 눈동자를 만든다. 온전한 구매자로서 20년이 넘은 듯한데, 아직도 사는 것이 매번 서툴다. ‘이것이 과연 나에게 이로운 쓰임일 것인가’를 미간에서 고민한다. 인간은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많은 것을 증명한다. 자신의 취향, 필요, 더 나아가서 자아를 표현한다. 구매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산다'는 삶을 ’ 살아가는 것‘을 책임진다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구매의 상당 범위는 필요보다 욕구에 의한 것이다.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다고 하지 않는가. 먹고 자는 데에 필요한 것들이 다분히 많긴 하지만 또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아간다. 필요보다는 삶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소비가 상당하다. 그 만족감의 범위를 과도하게 넘는 순간 사치 혹은 낭비가 되는 것인데, 우리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자주 고뇌에 빠진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나를 감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혹은 옥죄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윽 둘러본다. 3년 전 구매한 아이폰. 고등학생 때부터 휴대폰은 평균 4년을 사용했다. 아직 멀쩡한 걸로 보아 1년 정도 더 의지해도 될 것 같다. 페어링이 가능한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애플에서 삼성으로 갈아탈 수 없게 된 숱한 인물 중 하나다. 스타벅스 텀블러. 고민될 때 어김없이 선택하는 메뉴인 밀크티를 텀블러에 담아서 구매하면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에 넘어갔다. 2년째 매일 들고 다니는 보부상을 위한 가죽 숄더백. 예쁜 미니백이 있어도 물건을 들고 다닐 게 많아서 쓰지 못하는 보부상에게, 가방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쉽게 끈이 끊어지지 않는가’이다. 그 외에 추운 겨울에 수족냉증에서 구해줄 핫팩과 언제든 메모할 수 있는 필기구 등이 있다. 다소 집착처럼 메모를 하는 사람에게 필기구는 든든한 정신적 무기다. 가방 안 어떠한 물건을 찾으려 손을 허우적대다가 잡힐 때마다 목에 뿌려주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도 있다. 누군가 내 가방을 발견한다면, '말을 많이 하고 뭔가를 적어야 하는 인간' 으로 생각할 것이다.


20대 초반에는 사치나 낭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봐야 50만 원이 넘지 않는 선이었지만, 당시에는 한 달 알바비가 넘는 분에 넘치는 금액이었으니 사치가 맞다. 이런저런 물건들을 포스트잇처럼 몸에 접착했다가 떼어낸다. 그 당시 소비했던 물건들은 지금의 나에겐 고민 대상도 되지 않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몇 년간의 탐구소비가 쓰레기와 낭비를 만드는 일이었냐고 묻는다면 결코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답할 것이다. 점차 탐구소비의 범위가 줄어듬과 동시에 나에게 맞는 적합소비를 판단하는 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빠르게 깨달을수록 낭비하듯 사는 일이 줄어든다. 삶이 담백해진다. 고민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적절히 보상하는 즐거움이 차오른다. 나는 아직까지도 완벽한 적합 소비에 다다르지 못한 듯하다. 다만 무턱대고 사보는 모험은 언젠가부터 하지 않게 되었다. 신중히 고른 물건은 대체로 몇 년간 함께했기 때문이다. 기초적인 것들이 취향으로 자리를 잡으니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한 인간은 지구를 떠나는 날까지도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보다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방법은 무조건 사지 않는 것이 아닌, 적합한 것을 구매해서 오래도록 곁에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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