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상황프레임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
오늘의 책은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이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지혜'에 대해 이같이 정의 내린다.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혜란,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들과 실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착각과 편견의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는지 깨닫게 만들어준다. 객관적이라고 판단했던 자신이 그간 무의식의 프레임에 지배당했다는 마음의 한계를 경험하고 겸손함을 갖는 것이 지혜를 갖는 일이다.
요즘 매우 핫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책 <프레임>의 내용을 바탕으로 오징어 게임을 분석해 봤다.
나는 잔혹하고 찝찝한 마음이 드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원작으로 정주행은 못했지만, 유튜브에 있는 30분짜리 스토리 축약 영상을 완전히 빠져들어서 시청했다. 역시 확실하고 참신한 컨셉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게 명작이다.
오징어 게임의 독특한 컨셉 중 하나는 바로 이 진행요원들이다. 모두 똑같은 핑크색의 점프슈트와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그려진 가면을 착용하고 있다. 프론트맨의 지시에 따라 게임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 참가자들과 직접적인 대면을 하고, 게임에서 진 참가자들을 처리(살인) 하기도 한다.
이들은 엄연한 '살인자'다. 단체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진행요원들은 '나쁜 사람'일까?
참가자들에 대한 감금과 통제 그리고 무감정한 태도로 일관하며 총으로 다수를 살해한다. 그러니 '나쁜 사람이다'. 원래 비도덕적이고 악한류의 사람들이기에 그러한 일이 가능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이는 사람의 본질에 집중된 '사람 프레임'에 입각한 사고다. 그렇다면 이들은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이 되기 이전, 외부 사회에서도 무지막지한 살인을 저질렀어야 한다.
우리는 불편하지만 '상황 프레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전적으로 게임의 참가자들의 시점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게임의 진행요원들 또한 어딘가에서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들어오게 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복장, 같은 행동을 한다. 마치 참가자들과 같이 말이다.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받았고 세 가지의 계급으로 나눠져 있다.
네모 > 세모 > 동그라미
네모: 게임 진행 총괄 및 감시자
세모: 총기로 무력 진압 및 탈락자 처리
동그라미: 게임 진행 잡일 및 시체 처리
이렇게 계급별로 정해진 일이 부여된다. 극 중 얼굴을 공개한 진행요원은 원칙을 어겨 바로 사망하는 모습도 나온다. 익살과 독기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가면 뒤 얼굴은 삶의 기운을 잃어버린 어린 청년이었다.
이로 짐작해 볼 때, 진행요원 또한 체계에서 벗어나는 순간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무기를 가진 잔혹한 통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 나의 예측이지만 참가자들이 게임에서 우승하면 상금을 받는다는 계약조건이 있듯이 진행요원들에게도 비밀을 엄수하고 규칙대로 게임을 진행한다면 엄청난 보상이 있다는 계약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도 참가자들처럼 돈에 절박하고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일 수 있다. 바깥 사회에서는 아픈 부모님을 모시는 효심이 지극한 자녀일 수도, 아이들을 예뻐하는 평범한 회사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 프레임'은 악한 행위를 하는 이들을 미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단순히 결론 내리고 마는 것은 그 사람은 악하고,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그저 우리의 마음이 편하기 위한 모순이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사람인가, 상황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책 '프레임' 내용 중 일부]
어떠한 행동에 대한 원인을 사람과 상황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수십 년간 사회심리학 연구가 밝혀낸 사실은 보통의 사람들은 '사람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이다. 보통의 존재는 어떤 착한 사람이 착한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착하기 때문이고, 악한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악하기 때문이라는 '사람 프레임'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람 프레임'이 언제나 옳다는 과학적 증거는 생각보다 빈약하다. 그러나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상황이 원인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악을 저질러야 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선을 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악을 행하는 사람도 소수이고, 선을 행하는 사람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류의 사람만이 그런 행동을 한다'라는 사람 프레임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땅이 평평하게 보이고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우리의 경험이 천동설을 지지하더라도 과학적 연구에 의해 지동설을 믿듯이, 우리의 경험이 사람 프레임을 지지하더라도 과학적 연구에 기초하여 상황 프레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과학적 규칙에는 예외가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평균으로 보아야 한다.
상황 프레임을 갖게 되면 결코 이전처럼 사람을 볼 수 없다. 사람 프레임에 입각한 생각들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의 힘을 직시하게 되면, 나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조금은 더 관대해진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조금 덜 영웅시하게 된다.
쉽고 익숙한 '사람 프레임'에서 불편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