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도감 1화:우리 회사에는 미남이 없다(7층 미남편)

by 파롤


우리 회사에는 미남이 없다. 인사권자가 '사내연애 원천 봉쇄'를 위해 면접 단계에서 미남들을 필터링하기 때문이라는 슬픈 전설이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일하는 이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에는 인류의 희망이 살고 있다. 7층의 미남과 11층의 훈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8시 50분~55분. 지하철에서부터 모닝 러닝으로 도착한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는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을 마주한다. 어느 날엔 7층의 미남이, 또 어느 날엔 11층의 훈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만.


‘오늘은 누가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당도한 엘베 앞에서 오늘의 나는 7층 미남을 마주했다.


처음 그를 본 것은 1년 반 전. 183~185cm 정도 되어 보이는 키와 슬림한 몸매, 스타일리시한 옷매무새는 흡사 강동원을 닮았다. 중단발 정도 되는 길이의 머리카락을 묶고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범상치 않은, 여러모로 시선을 사로잡는 남자였다.


그는 느긋하고 묵직한 면이 있었다. 바쁜 출근길, 사람들은 지각하지 않기 위해 이쪽, 저쪽 엘리베이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더 빨리 타려고 달리기도 하는데 7층 미남은 요지부동이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후에도 먼저 층수를 누르는 법이 없다. 7층을 아무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가고 있어도 그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서 있었다. 나는 첫눈에 그에게 반해서 그가 몇 층에서 내리는지 유심히 봐 두었다.


며칠 후, 그와 또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게 되었다. 그는 이번에도 층수를 누르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나는 미소 지으며 9층을 눌렀다.


3층쯤 올라가자 그가 힐끗 엘베 버튼을 보더니 다급하게 7층을 눌렀다. 다행히 7층에서 멈춰 선 엘베에서 내린 그. 뒷모습에서 당혹스러움이 묻어보였다.


‘아, 7층이었구나.’


그렇다. 내가 층수를 헷갈렸던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한 번은 일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텀블러를 들고 7층에 내려가 본 적이 있다. 7층엔 어떤 회사들이 있나, 그는 어디에 다닐까? 하고 둘러보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그가 나왔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서 깜짝 놀란 우리!

아침마다 엘베에서 마주치기 때문에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인사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당황한 그는 화장실로, 나는 다시 엘베 앞으로 어색하게 걸어가며 헤어졌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또 보는구나 싶어서.


그 후로 한 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 내 출근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8시 58분, 59분에 출근도장을 찍는 나와 다르게 그는 8시 50분쯤 느긋하게 출근을 했다. 미남의 아우라가 아무리 뛰어나도 아침잠이 더 꿀맛이다.


몇 달 만이었을까? 우연히 다시 마주친 7층 미남. 처음엔 못 알아봤다. 다만 큰 키와 잘생긴 뒤태가 멋있어서 누구지? 하는 호기심에 힐끗 얼굴을 보니 그였다. 바뀐 건 헤어스타일!


묶고 다니던 뒷머리가 사라지고 밤톨 깎아놓은 것처럼 깔끔해진 뒷머리를 보면서 내 입이 살짝 벌어졌다. 더욱 핸썸해진 것이다!


이전에는 모델 강동원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배우 강동원 같은 미모에 나는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도 아마 의식을 하는 것 같았다. 모르는 여자가 그렇게 대놓고 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의식이 될 수밖에 없겠지.


나는 흐뭇하고 흡족했다. 나날이 더 잘생겨지는구나. 오늘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며 셀프 칭찬을 해주었다.


어느 날엔 지하철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에도 역시 지각할까 봐 모닝러닝을 시작하던 내 앞에 큰 키의 잘생긴 뒤통수가 보였다. 얼굴을 보니 역시나 7층 미남이었다.


나는 너무 수줍고 설레어 모닝러닝을 더욱 가열차게 시작했다. 구름 위를 걷듯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바보같이. 그런 날엔 같이 느긋하게 걸었어야지! 어차피 그와 같이 걸으면 지각할 일이 없거늘.


오늘 출근길 엘베에서 다시 그를 만났을 때, 나는 익숙하게 7층 버튼을 눌렀다. 엘베에서 내리는 그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도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그냥 이렇게 바라보기만 할게요.’


나는 속마음으로 속삭이며 미소 지었다. 금요일 아침답게 산뜻한, 나만의 금모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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