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한 저녁, 비로소 내 마음을 마주했다

by 파롤


오랜만의 저녁일기다. 아니 글쓰기인 것 같다. 무엇 때문인지 늘 바빴다. 일 때문에 바쁘고 퇴근 후에도 할 일이 많았다. 아파서 바쁘기도 했고 마음이 안 좋아서 바쁘기도 했고. 항상 시달리다가 모처럼 일기를 쓸 여유를 맞았다. 간절히 바랐던 시간이다. 내 마음을 뉘일 곳이 필요했기에.


매일 쓰는 아침일기. 오늘의 기분 좋은 일, 감사하는 일로 가득 채우는 하루의 시작. 전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오늘은 일단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의 회로를 돌리기 시작하는 나.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나면 쓰러질 것처럼 힘들어서 퇴근 후에는 마음이 기다려왔던 위로를 외면해 버린다.


고단했던 내 마음에게 “나 오늘 너무 수고했다, 많이 힘들었지? 그 사람 너무 못됐어. 그치? 그 일을 왜 나한테 시켜? 잘해주니까 호구로 보는 거야, 뭐야!” 이렇게 맞장구도 좀 쳐주고 해야 하는데. 근데 보통은 그걸 친구나 가족에게 하지. 대화하듯이 말야.


근데 나는 내 힘든 이야기를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잘 못 하겠어. 내 힘든 기운이 혹시라도 그들에게 머물까 봐, 마음 쓸 까봐.. 친구도, 가족도 저마다의 힘든 하루를 보냈을 텐데.. 내 힘듦이 그들의 마음에 짐처럼 보태질까 봐 차마 말을 못 하겠어서 말 대신 잠으로, 음식으로, 유튜브로, 넷플릭스로.. 때론 영화관으로. 보통은 그냥 집에서 청소하는 걸로 바뀌곤 한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마음의 말들이 ‘오늘은 나 좀 봐줘.’ 하고 얼굴을 들이밀 때, 오늘 같은 날에.. 나는 비로소 ‘그래~ 네가 있었지. 아니, 내 마음이 이렇게 버티며 살고 있었지..’ 하면서 다독여본다.


퇴근길에 문득 바라본 벚꽃처럼, 마음이 만개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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