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가>에서 정원이 흘리는 눈물처럼, 한없이 서러울 때가 있다.
서러움이라는 감정은 가슴이 탁 막힌 듯이 답답하고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한없는 슬픔이 밀려오면서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것처럼 외롭기도 한, 애처로움이다.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숨이 멎을 듯한 고통이 가장 크다.
오직 표정에서 그 생생한 감정이 드러낸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잔뜩 못생기게 일그러진 표정이지만, 그 순간의 진심은 나만 안다. 얼마나 마음을 다했는지를.
보육원. 눈물샘은 거기서부터 고인다. 당당하리만치 담담한 발걸음으로 정원이 그 집을 향했을 때부터.
한 줌의 햇살로 버티던 집에서 한 창의 햇살로, 그 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던 집을 떠나는 시간을 내내 지켜본다.
집이 없는 삶. 오갈 곳이 없는 정원에게 은호와 그의 아버지의 곁은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까. 그것을 놓지 않기 위해 얼마나 가슴을 부여잡고 살았을까.
그런 그녀에게 한여름 반지하 방에서 선풍기 바람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은호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하철에서 한 발 짝. 그 한 선만 넘었다면. 은호가 다가갔더라면 결말이 달라졌을거라 생각하지만, 그의 세계도 빗물 같은 비극이다.
정원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었던 은호의 꿈을 무참히 주먹질한 직장 상사와 회사는 그에게 사랑을 지킬 수 있는 한 걸음의 자신감도 주지 않았다.
은호가 넘을 수 없었던 한 걸음은 그녀에게 한 줌의 햇살조차 줄 수 없다는 현실의 자각이라는 것을 안다. 세상은 왜, 어린 연인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걸까. 그토록 열심히 살아갔는데.
영화는 10년 후, 두 사람이 헤어져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왜 혼자여야만, 사랑을 버리고 독해져야만 성공으로 이끈 결말이었을까.
두 사람이 헤어져서 잘 된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헤어져야만 성공했다는 당위성을 취득하기 위한 결말일 뿐이라고 믿고 싶다. 애절한 사랑의 끝이, 헤어져서 잘 된 거라는 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니까.
만약에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토록 소중한 인연이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보고 싶다. 나를 믿고 사회를 비웃고,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인연인가를 되새기면서.
“넌 잘 될 거야.”
서로가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던 은호와 정원이처럼 평생 그렇게 응원하며..
은호의 정원 안에 햇살이 가득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