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진을 응원하면서도 다른 선택을 하는 나의 모순

by 파롤


우리가 흔히 연애하고 싶은 사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구분해서 말할 때가 있다. 안진진에게 김장우와 나영규는 그렇게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가난하지만 마음이 너무 예뻐서 끌리는, 내 치부마저 감추고 싶은 김장우는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유복한 집안에 안정적인 직업도 갖고 있지만 지루한 삶을 사는 나영규에게는 집안의 비루한 속사정을 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잘난 남자가 나한테 왜 이렇게 매달릴까 싶으면서도 사랑이 느껴지지는 않는 나영규에게 안진진은 적당한 거리감과 자유를 갖는다.


감정적으로 얽매임이 없으니 언제든 거절할 수 있다는 자유. 내 집안 사정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한 안정감 같은 것이다.


나는 안진진이 마지막에 나영규와의 결혼을 선택했을 때 내적 환호를 질렀다.


김장우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엄마를 속인 것에 대한 거짓말부터 고백해야 한다. 자신의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사랑이라 표현한 안진진에게 그 고백은 너무나 가혹하다.


결혼 이후에도 계속 숨기고 싶은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조폭인 동생과 부모님의 사건사고들을 또 어떻게 감추며 살아갈 것인가.


안진진의 현실과 비슷한 김장우의 현실보다는 나영규의 상반된 삶이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기회일 수 있다. 결혼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 신데렐라가 되는 기분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안진진의 선택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진짜 모순은 나에게 있었으니까.


나는 한때 나영규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돈을 보고 여자들이 다가올 것을 우려해 감추려고 했을 정도로 유복한 집안과 안정된 직업, 예측 가능한 성격과 나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과분할 정도로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하면 펼쳐질 빛나는 상황이 그려졌지만, 사랑. 그 하나가 없는 선택을 나는 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매일 피부를 맞대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결혼은 오늘 만났는데 너무 행복해서, 너무 헤어지기 싫어서 내일까지 함께 있고 싶은, 그 내일의 내일이 이어지는 삶이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지속되기 어렵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게 사랑이 없는 결혼은 시작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안진진의 선택에 환호하면서도 내 선택은 달랐던 모순은 그녀와 나의 상황과 선택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모순>을 읽으며 처음으로 사랑 없는 결혼을 응원할 수 있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나는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어떤 상황에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구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구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도 신선한 여운을 남긴 책이었다.


책 | 양귀자,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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