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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인혁 Nov 16. 2022

“블랙팬서_와칸다 포에버”

새로운 블랙팬서를 영접하기 위한 시도와 요소들

위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입니다. 영화를 추가적으로 즐기기 위한 감상일 뿐 절대적인 견해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또한 약간의 스포가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Hegemony(헤게모니)’ 어떤 일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 또는 권한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마블 영화 중 블랙 팬서 시리즈의 핵심이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블랙팬서’의 의미는 최초의 흑인 영웅이며 제국주의와 패권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를 거치면서 유색인종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상징이다. 실제로 블랙팬서 시리즈의 기본적인 이야기 흐름은 강한 힘을가진 문명의  패권주의와 이기심을 극복하는 리더의 고민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전통 보존과 국가 안정을 위해 와칸다를 숨기려고 했던 선대와 시대의 변화와 '와칸다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개방과 상생을 외치는 새 국왕의 고민 그리고 선대를 통해 만들어진 과거의 문제점을 다룬 편이 1편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블랙팬서2에는 자신들의 패권을 뺐길까 걱정하며 견제하는 이기적인 열강의 모습을 직면한 와칸다 국왕의 고뇌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던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적 흐름은 ‘채드윅 보스만’이라는 배우가 죽으며 새로운 방향성들이 추가되었다. 국가이기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한 고민은 기본이고, 왕의 자리를 이어가는 공주의 정신적 성숙 과정, 새로운 블랙팬서 등장의 당위성 등 설명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 결과 2시간 4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초반부가 완성됐다. 개인적으로 초반 장례식 부분 이후 진짜 졸뻔했다. 조금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드는 영화였지만, 블랙팬서가 끌어내는 지도자의 헤게모니와 패권주의에 대한 고민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아끼기에, 이 영화를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정보들을 나누고자 한다.

     

1.남미제국과 쿠쿨칸

마야문명의 보남팍 유적 벽화 (사진=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

이번 영화에서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네이머'이자 '쿠쿨칸'은 마야 출신으로 나온다. 대륙설정부터 매우 흥미로운데,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는 식민주의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대륙이다. 그렇기에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와칸다’와 남아메리카대륙에 모태를 둔 ‘탈로칸’은 비슷한  과거를 공유한다. 실제 과거 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 남아메리카는 금이라는 광물자원을 열강들에게 약탈당했는데, 이러한 역사의 사실을 극 중에서는 ‘비브라늄’을 노리는 주변국들의 야욕을 통해 반복되는 역사를 꼬집는다.

극 중에는 쿠쿨칸이라는 이름에 대해 "국민들을 그를 장군이나 왕이 아닌 날개 달린 뱀인 신" 그래서 네이머 발에 날개가 달렸나보다 이라 부른다며 걱정하는 대사가 있는데, 사실 이건 틀린 고증이다. 실제로 남미 대륙의 사제와 왕들은 신들의 이름을 쓰는 전통이 있었다. 오메테오틀(아스텍 신화의 창조주 신), 케찰코아틀 (날개 달린 뱀 신이자 농경의 신) 등을 아즈텍문명에선 왕 이름으로 쓰였고, 마야에서는 케찰코아틀이 ‘쿠쿨칸’으로 불렸다. 또한 영화에서는 번역을 사제라 했지만, 이 지역의 왕들은 사제와 왕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기에, 사제로 번역했지만, 왕으로 생각하는 게 더 적합한 해석일것 같다.

네이머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블랙팬서_와칸다 포에버 티저영상)

네이머는 캐릭터 자체가 정복 헤게모니에 피해자로 태어난 안티히어로다. 또한 식민주의 시절 시각에서 멈춰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동시에 5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앞으로 전개에 있어 네이머는 필수적이다. 와칸다는 탈로칸 침공 전부터 비브라늄과 관련된 타국과 지속적인 충돌이 있었다. 여기에 이번 전쟁을 계기로 와칸다는 큰 피해를 보며 혼란에 휩싸였지만, 종전 협상 조건을 와칸다 측에서 "탈로칸의 비밀을 지켜 주겠다"라고 맹세했다. 탈로칸이 움직이는 계기가 된 비브라늄 탐사선 학살 사건의 혐의를 와칸다가 책임을 진다는 이야기다. 외교적으로 더 큰 위기에 놓였지만, 와칸다가 기댈 수 있는 국가가 탈로칸뿐인 상황.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와칸다의 미래를 예견한 네이머의 대사를 통해 앞으로의 마블 시리즈에서 심심치 않은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슈리의 캐릭터성 변화, 깜빡하면 잊기 쉬운 블랙팬서1의 흔적들

블랙팬서가 된 슈리 (이미지=월트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앞서 이야기했지만,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러닝타임은 상당히 긴 편이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세대교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블랙팬서가 되는 슈리의 감정선과 캐릭터의 입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루즈해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그러면 '당위성을 조금 스킵하면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들 수도 있지만, 설정상 쉽지않다. 슈리의 원래 캐릭터 성은 실리주의이자 전통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마블코믹스의 설정에서 지구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 중에 한 명이며, 그녀의 천재성에 공학 천재 아이언맨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 영화에서는 블랙팬서 슈트 제작과 기술발전등 티찰라의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와칸다를 사랑하는 왕족이라는 점은 같지만, 전통성과 선조들이 말하는 숭고한 가치를 이어가려는 티찰라와 새로운 기술과 와칸다의 백성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슈리의 방식은 달랐다. 숭고한 가치 보다는 본인의 삶과 가족들, 그리고 이론적인 탁상공론보다는 실리적인 기술들을 선호하는 슈리에게는 블랙팬서의 가치는 비교적 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블랙팬서를 계승하는 슈리에게 블랙팬서의 정당성과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 기존의 틀을 완전히 엎는 과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캐릭터의 생각과 마음의 불일치를 심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블랙팬서의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선조들 대신 복수를 추구했던 블랙팬서1의 빌런 킬몽거’가 나타나고, 그녀의 힘의 근원을 복수심으로 설정하고 본인과 같은 길을 걸으라 말한다. 하지만 슈리는 복수와 성장 그리고 리더로서의 고뇌와 성장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와 전환을 끌어내는 순간순간의 장면들을 유심히 보고 느끼는 것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는 방법중 하나라 생각한다.

영화속 슈리가 만들어내려는 하트허브 (사진=https://fabianlacey.artstation.com/projects/lPPQY)

또한 ‘영화 시작부터 왠 허브?’ 혹은 ‘뭐가 자꾸 안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일단 영화 초반 허브를 되살리려고하는 것은 슈리가 와칸다에서의 최연소 최고의 의사라는 설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의학과 생명공학에 탁월한 슈리가 오빠를 살릴 연구를 계속하고 살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블랙팬서 지위를 갖게 되면 특별한 심장 모양의 허브를 먹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허브를 먹게 되면 표범 신과 연결되며 초인에 가까운 감각, 힘, 스피드, 민첩성, 내구력 등을 얻게 된다. 이런 허브를 전편에서 킬몽거가 모든 허브를 불태우면서, 티찰라를 구할 치료 약이자 블랙팬서의 계승의식의 열쇠가 사라진셈이다. 그래서 슈리가 하트모양 허브를 만들어내려는 과정이 이어졌다. 다음으로는 CIA에 와칸다 입장을 대변하는 에베렛 로스다. 시즌1에서 와칸다에서 현대의 의학이 포기했던 본인의 신체를 와칸다에서 치료한다. 또한 강력한 힘을 갖고도 패권국의 모습이 아닌 공생을 지향하는 와칸다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기에 스파이처럼 와칸다를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폭포 장면은, 원래는 와칸다의 왕이자 정통 블랙팬서가 되기 위해서는 이의가 있는 사람과 초인의 능력을 제하고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슈리는 과정을 무시하고 아이티로 여행을 떠나지만, 음바쿠에게 전언을 전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음바쿠는 슈리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지만 이의 있는 사람은 본인이 상대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와칸다의 운영체제가 두사람에 의해 다듬어질것임을 암시한다.

     

3. 다음 마블페이즈에 주축이 될 인물들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아이언하트 시리즈 (사진=https://www.hollywoodreporter.com/tv/tv-news/marvels-ironheart-enlist)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어?!’하게 되는 장면들이 몇 개 나온다. 천재 공대생 리리윌리엄스가 만들어낸 슈트는 누가 봐도 ‘아이언맨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언맨을 생각나게하는 이 로봇슈트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아이언 하트’다. 코믹스 내에서 아이언맨을 계승하는 공학도이자 천재성을 지닌 캐릭터가 리리윌리엄스다 보니, 마블 코믹스나 세계관을 잘 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아이언맨 짝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냥 아이언맨을 계승하나 보다 생각하면 편하다. 2023년 디즈니 플러스에서 아이언하트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라는 공식 정보가 있다보니 캐릭터의 설명이 다소 약하다. 그렇다보니 영화 속에서 특출난 활약을 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유머와 인간적인 모습으로  캐릭터 성을 확립했다. 또한 토니 스타크의 후계자로 점찍어 놓는 마블코믹스의 내용상 아이언맨과 연결이 될 가능성 역시 있으니 디즈니 플러스의 내용을 기대해보자. 다음 마블 시리즈들을 견인할 인물들 중 하나이니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썬더볼트 로고 (사진=Marvel studio 홈페이지)

다음으로는 히어로들의 반대편에서 마블페이즈를 이끌어갈 CIA 국장 출신 발렌티나다. 디즈니 플러스에 호크아이의 죽음을 사주하는 역할, 영화에서는 비브라늄탐지에 흑막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된다.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코비아 협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안티히어로의 기치내세우며 어벤저스와 대척점에 놓인 사람이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2024년 안티히어로 집단인 ‘썬더볼트’를 구성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다른 히어로들과 어떤 갈등을 만들어내고 심화시킬지 기대되는 인물이다. 앞으로 자주 나올 수 있으니 전개에 있어 개연성을 무한대로 만들어 줄 국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보자.     


마지막 인물은 앞으로의 블랙팬서이자, 아버지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투생(아이티 독립운동가 이름이다)이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와칸다의 믿음처럼 티찰라라는 본명을 가진 이 녀석을 통해 새롭게 끌어갈 와칸다 리더의 존재를 알렸다. 마블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쿠키영상이라는 평가받기도 했으니 크레딧 전까지는 다 보고 나오시길 추천한다.


여러 포인트들을 소개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호평을 주기에는 다소 아쉬웠다. 애초에 마블의 방향성과 계획은 블랙 팬서 2편을 페이즈 4 작품으로 공개하면서, 핵심 인물로 빌드업하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엔드게임이후로 나온 영화들중 가장 큰 흥행과 관심을 받는 히어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드윅이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며 전면 수정이 됐다. 그 과정에서 배역을 대처하거나 CG를 쓰지 않으면서 당위성을 부여하는 과정이 슈리를 블랙팬서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블랙팬서라는 영화가 가지는 ‘헤게모니’를 뛰어넘는 과정이 부각되지 않았고 주제 의식 역시 난잡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누구보다 심장을 울리는 먹먹한 추모와 미래의 마블 영화를 끌어갈 씨앗을 뿌리려고 했다는 점은 이 영화만 가지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마블은 계속 나올 거니까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감정선 변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노력이 빛났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영화 시작과 끝까지 존재감을 지울 수 없었던, 선대 블랙팬서였던 채드윅 보스만을 기리는 벽화의 해석을 소개하며 마무리 하고싶다. “팬서왕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며 선조들과 함께 잠든다.”

티저 영상속 와칸다 언어로 쓰인 추모의 글 "팬서왕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며 선조들과 함께 잠든다" (이미지= 월트디즈니 코리아 블랙팬서_와칸다포에버 티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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