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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인혁 Oct 07. 2022

“Top Gun: Maverick”

Call sign으로 본 탑건의 캐릭터들

위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입니다. 영화를 추가적으로 즐기기 위한 감상일 뿐 절대적인 견해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또한 약간의 스포가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Maverick: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 다르게 이야기하면 제멋대로 사는 미치광이. ‘어쩌면 MZ세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은 이 단어는 톰 크루즈가 맡은 피트 미쳴의 콜사인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미 협조 장교로 복무할 때, 미 공군 621대대에서 들려준 콜사인(Call sign)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탑건:매버릭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콜사인 -출처 맥스무비-

미군에게는 아주 재밌는 문화들이 있다. (미 공군만 해당할 수 있음) 아이들에게 계급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앞에서는 상급자에게 경례하지 않는 문화, 금요일 오후에는 다 같이 모여 한주의 피드백을 하고 맥주를 마시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문화 등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는 콜 사인(Call sign) 수여 행사였다. 장교, 부사관, 병 할 것 없이 임관 후 부대를 배치 받게 되면, 이들은 수습 기간을 거친 후 금요일 오후에 구성원들 앞에서 인생을 살면서 가장 부끄러웠던 경험 혹은 어릴 적 놀림 받았던 별명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한 그 별명 혹은 경험은 약간의 변형을 거쳐이름 대신 불리는 콜 사인이 된다. 예를 들어 함께 일했던 사람들 중에 Pheonix (어릴 적 붉은 머리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P.nut (땅콩인데, 차마 글로 적기 힘든 일이어서 설명 생략), J.J (동양인으로 이름이 이장진인데, 사람들이 부르기 힘들어서 제이제이라 불렀다고 한다) 등의 콜사인이 있었다. 이런 수여 행사를 통해 과거의 상처가 국가를 지키는 명예로운 훈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려온 전통은 개인에게는 정체성과 자기 삶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단체에는 소속감을 부여하는 행사였다.


영화에서 역시 극 중 인물들은 이름 대신 콜사인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는 극 중 인물들의 콜 사인과 행동들을 통해 탑건:매버릭이라는 영화를 관통해보고자 한다. (TAC Name이라고도 하는데, 조종사들의 경우 조종기에도 콜사인이 붙여져, 구분을 위해 택네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의미는 일맥상통기에 글에서는 콜사인이라 지칭한다.)


아이스맨 역할을 맡은 발킬머 -출처 한경닷컴-

ICE MAN: 냉철함으로 상황을 대하지만, 사람으로서의 따뜻함을 지닌 군인

전편의 라이벌이자, 36년 만의 후속작에서는 대장까지 진급해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역임한다. 영화 시작부터 사고를 치는 톰 크루즈를 영화의 진행을 위해 탑건 스쿨로 옮기게 도와줄 정도로 군 내에서도 영향력과 인망이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병역의 의무를 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특히 군대 같은 집단에서는 이러한 인물들이 꼭 필요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공리주의적 사고를 지닌 차가운 이성적인 인물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람. 영화에서는 몇 분 나오지 않지만, 그의 성격과 인격을 파악할 수 있는 대사가 나온다. “The navy needs Maverick. The kids needs Maverick. That’s Why I fought you, That’s why you’re still here.” 상대방의 고민을 명확히 꿰뚫는 이성적인 판단과 단 세 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이 장면을 통해 그의 택 네임중 ‘MAN’이 왜 들어가는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비록 조종 실력은 매버릭에게 뒤쳐졌지만, 지휘관으로서는 탁월함을 보여주는 사람. 물론 군 내에서는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서 인정받는 군인이었지만, “누가 최고의 조종사지?”라는 물음을 통해 계급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위아래를 어우를 수 있는 군인이었다. (참고로 아이스맨 역할을 맡은 발킬머는 실제로 후두암에 걸려서 대사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꼭 후속편에 나오고 싶다고 이야기하여 영화에 필담을 통해 등장했다.)

    

춤추는 루스터 핫하다 핫해 -출처 익스트림무비-

ROOSTER: 아버지의 뒤를 있는 OO, 피 튀기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투계      

‘수탉’이라는 뜻을 지닌 루스터. 1편의 매버릭과 합을 맞추다 비행 사고로 숨진 RIO 구스(GOOSE)의 아들이다. 일단 탑건:매버릭의 각 콜사인은 배우들이 직접 지었다고 하는데, 루스터 역할을 맡은 ‘마일스 텔러’가 그냥 이유 없이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미를 제작사 쪽에서 부여했다고 한다) 스토리 라인의 절대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역할로서, 승부와 싸움을 피하지 않고, 도전하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극 중에 그려진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격과는 반대로 비행에 있어서 만큼은 안정을 중시하고, 조종의 이론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극 중에서는 매버릭의 감각을 어느 정도 의존하는 스타일과 극악의 상성을 보이지만, 결국 이론적 토대 위에 자율성을 더하는 성장의 모습을 보인다. 둘의 스타일 중 정답은 없지만, 극 중 루스터는 이 두 모습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수탉은 2달의 싸움 훈련과정을 거치게 되면 놀라울 정도로 다른 성격을 지니는 동물로 변해버린다고 한다.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본성마저 바꿔버리는 습득력을 지닌 루스터 처럼 영화속 주인공 역시과거의 아픔을 딛고 훌륭한 성장을 이룩한다.  그리고 이 성장과 서로를 이해하는 포인트를 보는 것 역시 영화의 감상 포인트였다. 돌이켜보면 전편과 현재를 잇는 그리고 극 중 성격을 잘 묘사한 이름이었다. 왜냐 GOOSE도 ROOSTER도 OO가 들어가니까!(루스터 역할을 맡은 마일스 텔러는 위플래쉬의 남자 주인공이다)

   

포효하는 행맨 핫하다 핫해 -출처 인스티즈-

HANGMAN: 영어단어 맞추기 게임, 공중에서 특히 더 과시력이 강한 조종사     

앞서 이야기한 미군의 콜사인 수여 행사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행맨은 부끄러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역할을 받고, 콜사인을 고민하던 중 ‘올가미NOOSE’라는 콜사인을 가진 해군을 만났는데, 중학교 때 무도회에 가기 전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서 지나치게 흥분할까 봐 중요 부위를 다리에 신발 끈으로 묶고 갔다고 한다. 그러다 스스로 풀 수 없게 되어 결국 친구가 끈을 잘라주었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콜사인이라 한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멤버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혼자 빠져나가서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는 장난기가 너무 심해서 동료를 밖에 걸린 빨래처럼 걸어버려서 행맨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로 각색하였다. 극 중 피닉스가 ‘That’s why we call him Hangman, he always hangs you out to dry’라 하는데, 여기서 ‘hags out to dry’라는 말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무시하는 철면피 같은 의미이다. 영화에서는 매버릭과 아주 비슷하게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비행을 하는 천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비행 과정에서 자기 감각을 과신하여 팀을 위기에 몰아버리는 등 위험한 곡예비행을 매버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극중 헬멧에는 H_NGM_N이라는 행맨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동료 의식을 보여주는 조종사로서의 양상을 비춘다. 조종 능력(일종의 과시지만)과 동료 의식 중 동료의식을 버리고 조종의 탁월성을 추구하지만, 나중에는 균형을 맞추는 성장을 이룩한다. 루스터와 티격태격하면서 나중에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의 서사가 1편과 오마주 되면서 감상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행맨의 모티브는 놀랍게도 아이스맨이다. 거만한 표정과 행동은 아이스맨 하지만 루스터와 대비되는 이미지를 위해 조종 스타일은 매버릭을 닮았다고 한다.)

매버릭역의 탐크루즈 -출처 paramount film-

MAVERICK: 실력은 뛰어나지만, 팀워크는 떨어지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     

뛰어난 실력에도, 진급이 되지 않는 이단아. 뛰어난 능력이지만 자신의 편을 제외하고는 문제아로만 찍히는 매버릭은 군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느낌이다. 극 중에서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대위 시절의 문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설정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성향을 보여준다. 매버릭에게도 젊은 날의 치기로 인한 사고의 트라우마는 그에게 팀워크와 협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역시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다음 세대의 조종사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경험으로 성장의 과정을 거친다. 등장부터 극의 진행에서 매버릭이 가진 이미지는 냉철하고 고분고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자기 능력을 과신하고, 때로는 감정적인 행동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훈육하는 교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으로서  마지막을 맞이하며, 삶의 가치를 입증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 중 대사인 What the enemy doesn’t know is your limit이라는 대사는 미래의 미 해군을 이끌어갈 인재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모두에게 자신의 한계를 남과 스스로가 정하지 말게 하라는 응원을 던진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밝힌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의미 부여를 더 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매버릭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크고 작은 단체와 사회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이해관계를 겪으며 성장하고 아파하고 이해하는 인간관계를 겪는 모든 이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매버릭과 같은 경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매버릭의 뜻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매체에서 이야기한 MZ세대, 90년대생 00년대생의 특징이 아닐까? 어쩌면 그 윗세대의 전통과 관습을 넘어 보다 개인의 자유를 이야기하도록 분위기를 만든 7080세대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롤을 넘어 매버릭을 보며 응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탑건 명대사 -출저 네이버블로그 sunnyday-

36년 만에 후속작을 발표한 탑건:매버릭은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23개월간 OTT 개봉을 거부하며 영화관 상영을 고집했다. 그 결과 약 14억 달러, 한국에서만 약 8백만 명을 (2022년 10월 3일 기준) 동원하며 코로나로 변한 영화계의 흐름을 역행하며 말 그대로 매버릭의 (닉값을 했다) 의미를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이 영화는 전쟁에 관한 묘사를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한다. 적국을 특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묘사 역시 최대한으로 줄였다. 이 영화를 위해 배우들은 모두 직접 전투기에 탑승하여 연기를 하였고, 3개월에 걸친 혹독한 항공 훈련프로그램을 소화했다고 한다. 이러한 영화 내외적인 요소들은 대중성과 흥행을 모두 잡았고,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전작과의 연결성 역시 훌륭했다. 영화를 보고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전투기 액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일색인점은 영화를 봐야하는 포인트 중에 하나였다. 여기에 포인트를 한가지 더하자면 액션뿐만 아니라 극의 배역들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념과 행동들 또 그 과정에서 성장이 있는 어떻게 보면 클리셰 덩어리인 스토리라인과 주인공들이었지만,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결말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사람들은 평가와 자신들만의 결론을 내린다. 각자의 삶에서 자신의 콜사인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도 영화를 다 본 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내 콜사인은 올라프였다.      


개인적으로 탑건 1편을 보고 보는 것을 추천하고, 액션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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