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리뷰
안녕하세요. 솔의 눈입니다.
오늘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 첫 화를 재생하기까지 며칠을 망설였습니다. 드라마는 제게 휴식을 위한 도피처 같은 존재인데 주인공들의 모습이 제 일상과 너무 닮아 있어 오히려 그 시간이 피곤함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인데요. 시청을 시작하니, ‘어색한 자리에서 적당히 웃으며 장단을 맞추는 미정’, ‘말실수를 연발하는 기정’, ‘인간관계를 회피하는 구씨’까지 각 등장인물에서 나와 내 친구 또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드라마가 이래도 돼??"
환상을 보여주고 화려함을 앞세우던 기존의 드라마랑은 결이 너무 다른 느낌에 순간 저는 "이래도 돼?"라는 마음이 스쳤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말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인물들이 신기했고 이로 인해 각 캐릭터가 실제로 살아숨쉬는 듯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현대는 우리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막대한 정서적 통행료도 함께 부과했다.
우리를 소외시켰고, 시기심을 키웠으며, 수치심을
증식시켰다. 서로 갈라놓았으며,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진실하지 않은 억지웃음을 짓게 했으며, 성마르고 화가 가득한 사람이 되게 했다."
다음은 알랭드 보통의 '현대 사회 생존법'의 한 구절입니다. "분명히 의식주 어느 하나 빠진 것 없이 가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공허하지?" 현대인들은 각자의 삶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도 늘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나의 해방일지’의 세 남매에게서도 이 고통이 드러나는데요. 첫째 기정은 항상 외로움을 느낍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고 외치고, 이번 겨울에도사랑하지 못한다면 머리를 밀어버리고 싶다고 말하죠. 둘째 창희는 가지지 못한 것을 끝없이 갈망합니다. "내가 서울에서 태어났다면", "내가 차가 있었다면" 하고, 늘 습관처럼 말하죠. 마지막으로 미정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반복되는 삶에 지쳐, 상상의 누군가를 만들어서라도 번아웃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씁니다.
삶에 지친 세 남매에게 '구씨'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그는 이름, 나이 모두 숨긴채 늘 묵묵하게 일을 할 뿐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는 해방의 의인화 같았습니다.
극 중에서 미정과 구씨가 서로에게 추앙을 약속하고 구씨가 처음으로 미정에게 마음을 드러낸 장면입니다.
미정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자 구씨는 있는 힘껏 뛰어 도랑 저편의 모자를 가져오는데요. 이 모습을 보고 미정과 창희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낍니다. 그 둘의 표정은 마치 오랫동안 눌려 있던 감정에 조그마한 틈이 생기고 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미정은 구씨의 감정을 알아채고 더 다가갔고 창희는 구씨의 도움닫기를 따라 하며 서툴지만 자신만의 도약을 준비하게 됩니다.
또한 저는 위의 씬에서 보고 영화 '왕의 남자'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에서 장생과 공길은 연산군의 권력 놀음에 휘말려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죽은 후 저승인지, 아니면 공길의 환상인지 모르는 꿈같은 상황에서 둘은 힘껏 날아오릅니다.여기서 우리는 외부의 압박에서 벗어난 마지막 광대로서의 해방,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해방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싶은 넓은 도랑을 한 번에 넘어가는 구씨의 모습도 마치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두 장면은 공통적으로 극적인 '도약'에 대한 연출로 등장인물의 내재하여 있는 해방, 탈출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해방'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나의 해방일지'를 보며 스스로 '해방'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저는 '기억만 남은 관계로부터의 해방'을 얼마 전 실천했습니다. 인간 관계는 가까워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요.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은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 속에서만 남은 관계를 끝내 붙잡고 의미 없는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부패한 관계에 향수를 뿌려 감추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인스타그램 비활성화'를 선택했고 남을 향했던 신경이 오로지 나에게 머무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남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가 아닌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게 되었고 남이 어딜 갔는지가 아닌 '내가 오늘 어딜 갔다 왔는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나'와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게 되었는데요.
또한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애쓰던 마음 대신, 정말 나와 연결된 관계들이 무엇인지 차분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앱 하나를 지웠을 뿐인데, 관계의 무게와 소중한 인연의 존재를 체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얻은 감정이 너무나 소중해서 이 따뜻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마케팅을 할 것 같은데요. 최근 JTBC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했던 이벤트 홈페이지에서 착안하여 시청자 참여형 마케팅을 기획해보았습니다.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해방클럽의 규칙을 따릅니다.
1.행복한 척하지 않기
2. 불행한 척하지 않기
3. 정직하게 보기
4. 위로하지 않는다
5. 조언하지 않는다
이 규칙 아래에서 이벤트 참여자 모두는 익명의 힘을 빌려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털어놓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알고리즘을 통해 유사한 키워드를 가진 '해방일지'끼리 모이도록 하고 사용자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 열어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하루 5분만 채워요"
'나의 해방일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담백한 위로가 좋았다. 살면서 힘든 일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