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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by 시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올해 불가피하게 생길 큰 변화를 미리 많이 두려워했다.

직장 이동...

나이 들수록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듦을 알기에 걱정을 끌어와서 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을 통제하려고 했고 일단 준비는 잘 되었다.

그리고 최적의 변화를 맞이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실상은 그렇지 않게 돌아갔다.

매일 힘들었다.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너는 왜 그 모양일까?

매일 웃지 못하고 울었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심장이 딱딱해지고 있었다.

멎은 생각에 숨도 멎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걷고 있는데

길가에 핀 꽃이 보였다.

나무에 돋은 새싹이 보였다.

, 생명이구나.

저들도 추운 겨울 웅크리고 있다가 이제야 나오는구나.

이미 나왔을 텐데 그게 안보였구나, 그동안은.

지금이라도 맞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싹에게 인사를 나누며 다시 걷는데 미소라는 것이 오랜만에 나의 얼굴에 생겼다.


!

그래!

그렇구나!

내 마음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 보이는구나.

어쩌면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로 왔고

내가 선택한 대로 업무를 부여받았고

구성원도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무엇이 힘들게 했을까?

시스템 적응을 잘 못한 것 같다.

나한테 안 맞는 시스템이라고 투덜댔다.

내 능력을 벗어난 상황이라고 구시렁대었다.

난 끝까지 못 해낼 거라고 자학했다.

그래도 그 투덜댐 속에서도 해야 되는 일은 다 해내었으니 이 점은 스스로 칭찬해 주어야겠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나에게 스스로 큰 선물을 해 주었다. 한번 해 보니 자주 해 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새로운 시스템을 적응해 낸 거와

앞으로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랑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을 끝내는 시기를 앞당기면 어떻게 될까?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되겠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인 그림동화 쓰기, 시 쓰기, 그림 그리기, 도예 배우기를 해도 되겠지...

하고 싶은 일이었던 도예공방을 만들 준비를 해도 되겠지...

주중에 여행을 떠나도 되겠지...

벚꽃여행과 단풍여행을 한 달간 다녀도 되겠지...

이 모든 것이 재미있을까?

왜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설레지는 않을까?

행복한 것이 맞을까?

행복할까?

자꾸 의심이 든다.

의심이 든다는 건 이 자리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 유지하는 게 적합하다는 얘기인가?

앞날을 모르니 생각이 자꾸 돌고 돌고 돌고 또 돈다.

나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최선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

이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만 같아서 더 불안하다.


오늘 오후까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급해졌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일까?

9월부터 이 일을 그만둔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도예 배우기, 글쓰기, 공방 준비하기, 맛집 옆 카페 준비하기, 도서관 다니기...

이런 게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특이하면서도 해 보고 싶었던 직업도 해보자.

영화나 드라마 엑스트라, 조연모델..

그래! 해보자! 까짓 껏!

새로움을 향하여 나가자, 시니야!

무조건 사랑해!


(이 글은 25년 4월 중순경에 작성해 둔 글입니다. 결과는 원래 하던 일의 변화와 어려운 점에 대하여 적응과 극복을 하였고, 현재 비교적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로 정했습니다. 9월부터 그만두었으면 저의 평생 몸 담은 직장에 대한 후회가 많았을 겁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속 미래의 직장생활을 매일 즐겁게 충실하게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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