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1학년 생활
우리 집 2호기가 올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글도 아직 완전히 떼지 못했고 자기 앞가림을 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다음 주가 되면 가입학을 하러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이쯤 되면 초등학교 입학 선물 가방을 고민하게 될 시점이다.
나는 초등학교 16년 경력의 교사이다. 다양한 학년을 가르쳐 보았고 물론 1학년도 가르쳐 보았다. 브랜드 가방 전시장을 보듯 1학년 아이들 가방은 하나 같이 빈*, 닥* 브랜드 가방에 대부분이 각이 잡힌 가방들이다. 그런 가방을 아이가 매고 가는 뒷모습을 보는 것은 부모의 기쁨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각 잡힌 가방은 사용 기한이 최대 2학년까지이다. 3학년만 되어도 저학년스럽다고 매지 않는다. 그리고 각 잡힌 가방은 무겁다. 가방에 알림장, 일기장, 필통 정도 넣어 다니는 것 치고는 거취장스러워서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학원까지 그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현장학습 가는 날이 되면 아이들 모두 간편한 가방을 선택해서 들고 온다. 최대한 가볍고 약간 흐물거리는 천가방이 실용적이다. 그리고 요즘은 각이 잡힌 듯 하지만 경량 가방도 많이 나와있어서 들어보고 최대한 가벼운 것을 사주면 좋다. 그런데 엄마 취향의 체크무늬나 핑크색이 가득한 가방은 고학년이 되면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최대한 유행 안 타고 가볍고 고학년이 되어서 학원 갔다가 집에 와도 괜찮을지 생각해보면 됨. 그리고 보조가방은 딱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에게는 이 역시도 짐이다. 실내화를 학교에 두기 때문에 실내화 가방도 필요가 없다. 엄마가 실내화 들고 다니라고 했다며 보조가방에 실내화를 들고 다니던 우리 반 oo 이는 일주일에 한 번은 깜박하고 들고 오지 않아서 실내화 없이 생활했다. 남자아이들은 책가방 하나 챙겨 다니는 것도 벅차다.
우리 딸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 이미 1학년 담임교사를 해보았고 아이들의 불편함을 알고 있었다. 고민 끝에 천가방 선택. 4년 동안 가방 걱정 없이 너무 잘 들고 다녔다.
어른들 가방도 마찬가지이지 않는가? 각 잡힌 가죽 가방은 너무 예쁘고 남 보기에도 좋지만 마트 갈 때, 나들이 갈 때 휘뚜루마뚜루 들고 다닐 수 있는지.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 때문에 각 잡힌 책가방을 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만 하다.
그렇지만 딸들은 본인이 원하는 예쁜 가방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주도록. 딸도 여자임에 예쁜 것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테니.
초등 1학년 가방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